'미션 임파서블'도 한판 붙었다, 보험사와 줄잇는 코로나 소송전

이태동 기자 2021. 12. 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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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美·英서 손실보상 놓고 법적 다툼

영화 ‘미션 임파서블 7′ 제작사 파라마운트는 지난 9월 미국 보험사 페더럴 인슈어런스를 상대로 1억달러(약 1200억원)짜리 보험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코로나 방역 조치 때문에 지난해 2월부터 올해 6월까지 6번 촬영이 중단됐는데, 이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보험사가 제대로 보상하지 않았다는 게 파라마운트의 주장이다.

파라마운트가 사전에 계약한 보장 범위는 ‘출연 배우와 제작진이 질병이나 사망, 납치 등 사유로 영화 제작에 참여하지 못해 손실이 발생할 경우’로 알려졌다. 이를 근거로 ‘전액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보험사 측은 코로나 양성으로 확진된 제작자 1명분 손실액 500만달러(약 60억원)만 지급해 분쟁이 발생한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3년째를 향해가면서 글로벌 대기업과 보험사 간 소송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백신 접종률 증가에 따라 서서히 일상을 회복해가고 있는 기업들이 그간 사업장 폐쇄로 입은 손실을 메우기 위해 보험 약관부터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픽=김의균

◇보험사 웃었던 미국, 대기업 등판하면?

코로나 영업 중단 소송 사건을 추적하는 펜실베이니아대 캐리 로스쿨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까지 미국에서 제기된 코로나 보상 관련 소송은 2062건이다. 음식점이나 술집이 원고인 경우가 691건으로 가장 많았고, 외래 의료 서비스 248건, 숙박 업체가 135건으로 뒤를 이었다. 대부분 영세·소규모 기업이 소송을 냈는데, 현재까진 보험사가 웃은 적이 많았다. 캐리 로스쿨이 일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637건이 기각됐고, 계약자가 이긴 건 72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대기업 참전이 늘면서 앞으로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형 로펌을 앞세워 더 치밀한 법적 다툼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이벤트와 콘서트, 영화 제작 취소 등으로 상당한 손실을 입은 미국 최대 연예·스포츠 에이전시 CAA는 지난 9월 보험사 AFM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 일부 면책 사항을 제외한 모든 리스크를 보험사가 보장하는 전위험담보(all risks) 보험에 가입했는데 보험사의 보상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사 측은 ‘전염병 보상’ 약관을 적용해 최대 10만달러까지만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버티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CAA가 낸 보험료보다도 적다. CAA 변호인은 “코로나 팬데믹처럼 예상할 수 없는 재앙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보험에 가입했는데 보험사 대응이 불성실하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대형 에이전시 UTA, 디즈니, 애플TV+, 메이저리그 사무국 등 쟁쟁한 기업들이 거액 보상을 요구하며 보험사와 각을 세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기업들은 보험 분쟁 전문 로펌을 내세워 고차원적 법적 다툼을 벌일 것”이라며 앞으로는 새로운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기업의 경우 특정 바이러스 면책 조항이 없는 ‘맞춤형’ 보험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아 분쟁 여지가 더 크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 피해의 경우 재산에 대한 직접적·물리적 손실이나 손상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국 보험사들은 계속 승소를 자신하는 분위기라고 WSJ는 전했다. 미국손해보험협회(APCIA)는 “보험사들은 팬데믹에 따른 영업 중단 손실을 계산하지 않고 보험료를 매겼으며, 가입자도 그런 보상을 기대하고 비용을 부담한 게 아니다”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 주연 영화 ‘미션 임파서블 7′ 제작사 파라마운트가 미국 보험사 페더럴 인슈어런스를 상대로 1억달러짜리 보험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코로나 방역 조치 때문에 6번 촬영이 중단됐는데, 이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보험사가 제대로 보상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6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미션임파서블7을 촬영하는 크루즈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보험 계약자 손들어 줬던 영국

대서양 건너 영국에서는 지금까지 주로 보험 계약자들이 웃었다. 영국에는 참고할 만한 선례가 없는 금융 관련 분쟁을 효율적으로 다루기 위한 ‘테스트 케이스(시범 소송)’란 제도가 있다. 이 제도를 통해 영국 FCA(금융행위감독청)가 코로나로 인한 사업 중단을 보험사가 보상해야 하는지 법원의 판단을 구했는데, 올해 초 법원은 주요 보험사 8곳의 약관 내용을 분석한 뒤 ‘영업 중단 손실을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이 60개 보험사에 적용돼 계약자 37만명이 총 12억파운드(약 1조9000억원)를 지급받았다.

하지만 판이 커질수록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워지는 건 마찬가지다. 건당 청구액이 수십억~수조 원대에 달하는 원고가 등장한 이상 보험사들도 사활을 걸고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외식기업 코빈앤킹이 글로벌 보험사 악사를 상대로 제기한 450만파운드(약 70억원)짜리 소송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내년 초 심리를 앞둔 이 소송은 ‘접근 거부 보장(denial of access cover)’ 조항이 쟁점이다. 테러나 시민 소요 등으로 당국이 특정 건물·지역을 폐쇄했을 때 사업이 중단돼 발생하는 손실을 보상하는 내용인데, 코로나 셧다운 조치가 이 조항에 해당하는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영국 외식기업 코빈앤킹은 접근 거부 조항을 근거로 글로벌 보험사 악사를 상대로 450만파운드(약 70억원)짜리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은 이 회사가 런던 코번트 가든 인근에서 운영 중인 '들로네'라는 이름의 유럽풍 카페 / 코빈앤킹

이 소송 결과는 요식업체 스톤게이트가 리버티뮤추얼과 취리히 등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8억4500만파운드(약 1조3400억원) 소송, 제과점 체인 그레그스가 취리히를 상대로 낸 1억파운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코빈앤킹 사건의 피고인 보험사 악사는 프랑스에서 제기된 6만유로(약 8000만원) 규모 비슷한 소송에서 이미 뒤집기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1심에서 ‘감염병으로 인한 영업 중단 손실이 면책 사항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패했다가, 항소심에서 ‘감염병이 직접적 손실을 낸 게 아니기 때문에 면책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한국 사정은 어떨까. 국내에도 사고 등으로 영업 중단이 됐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 ‘기업 휴지(休止)보험’이 있지만 서구권과 같은 줄소송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보험연구원 한상용 글로벌보험센터장은 “대기업들이 가입한 휴지보험은 대부분 감염병이 면책 사항으로 돼 있고, 중소규모 기업들은 애초에 가입 비율이 1%대에 불과해 다툴 여지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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