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배 가까운 '종부세 폭탄'..해체 위기 내몰린 충북 마을공동체

조준영 기자 2021. 12. 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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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보유 주택 개인 최고세율 일괄 적용→ 법인 형태 마을 휘청
일부 마을 가구당 50만원에서 1000만원 껑충.."대책 마련 시급"
충북 청주시 내수읍 소다마을. 9가구가 모여 사는 법인 형태 마을공동체.2021.12.2/© 뉴스1

(청주=뉴스1) 조준영 기자 = 정부가 법인 보유 주택에 개인 최고세율을 일괄 적용,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부과하자 충북 도내 곳곳에서 곡소리가 터져 나온다.

특히 여러 가구가 법인으로 묶인 일부 마을 공동체는 기존보다 20배 가까이 많은 세금을 낼 처지에 놓였다.

충북 청주시 내수읍에 자리한 소다마을. 9가구가 모여 사는 마을공동체로 2018년 형성된 촌락이다. 유아부터 7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30명이 거주하고 있다.

소다마을 각 가구는 법인 명의로 묶여 있다. 공동체 결속 차원에서 토지와 주택을 함께 소유하기 위해서다.

각 가구는 평균 1억4000만원씩 돈을 모은 뒤 나머지 필요비용 15억원을 대출받아 땅을 사고 집을 지었다.

각 가구 대표는 법인 주주가 돼 마을 자치에 필요한 투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종부세는 입주 초기부터 꼬박꼬박 부과됐다. 9가구가 2019년에는 387만6560원을, 지난해는 512만9030원을 나눠 냈다. 지난해 기준으로 가구당 약 50만원을 부담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그야말로 ‘세금 폭탄’이 떨어졌다. 올해 부과된 종부세는 8463만원에 달한다.

가구당 1000만원 가까이 부담해야 한다.

가구당 개별 공시가격은 적게는 1억7600만원에서 많게는 1억9600만원이다. 개인 소유였다면 종부세 제외 대상이다.

하지만 9가구가 법인으로 묶여 있는 만큼 전체 공시가격(약 16억원)의 6%가 종부세로 부과됐다.

가구당 연평균 소득은 5000만원 안팎. 마을 주민은 연소득의 20%를 세금으로 내야하는 상황이다.

소다마을 주민은 종부세로 말미암아 공동체가 해체 위기에 몰렸다고 호소한다.

마을 관계자는 "정부의 종부세 정책, 특히나 주택 관련 정책은 소수 투기 자본이 투기성 주택을 보유하는 일을 막고 가격을 안정화하는데 근본적인 목적이 있다고 본다"면서도 "우리 마을은 개별 주택 공시가격으로 따지면 개인 소유일 경우 종부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이어 "20배에 가까이 많아진 종부세로 오랜 시간 함께 흘린 땀의 결실로 성공적인 공동체로 성장한 우리 마을이 해체 위기에 처해 있다"며 "올해는 각자 대출을 받아서 종부세를 낸다고 하더라도 지속해서 감당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소다마을 주민 일동은 국민 참여 의사소통 채널인 행정안전부 '광화문1번가'에 대책 마련을 요청하는 글을 올린 상태다.

세금 폭탄을 맞은 법인 형태 마을공동체는 비단 소다마을만이 아니다.

2005년 설립한 보은 지역 한 영농법인도 종부세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법인은 8가구가 모여 농산물을 생산·가공해 판매하는 형태다.

주택은 중고로 산 견본주택 철거 자재로 지은 목조 건물이다. 각 가구가 함께 힘을 모아 지은 만큼 소유자는 영농법인으로 했다.

해당 공동체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종부세를 내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올해는 8가구 전체 공시지가 약 8억원의 6%인 4800만원이 종부세로 부과됐다.

8가구는 일년 동안 농산물을 판매해 남는 수익 약 1억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내야 할 종부세 4800만원은 생활비 중 절반에 달하는 수준이다.

현재 영농법인은 담당 세무서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영농법인 관계자는 "종부세 취지는 찬성한다"면서도 "그러나 특수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부적합하다고 생각된다. 법인이라고 해서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가난한 농민은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법인당 6억원이던 종부세 공제금액을 없앴다. 법인 보유주택에는 개인 최고세율을 적용해 2주택 이하는 3%, 3주택 이상은 6%씩 일괄 적용해 종부세를 부과했다.

이런 까닭에 올해 충북 지역 종부세액은 707억원으로 전년(80억원)보다 8.8배나 늘었다. 전국 17개 시·도 중 증가 폭이 가장 크다.

reas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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