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치고 달아난 뺑소니범..'당근'으로 잡은 누나의 기지

오원석 입력 2021. 12. 2. 11:54 수정 2021. 12. 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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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뺑소니 사고 현장 사진. [연합뉴스]

동생이 오토바이에 치이는 뺑소니 사고를 당한 뒤 경찰의 사고 조사가 지지부진하자, 피해자의 누나가 직접 범인을 잡을 단서를 찾아 경찰에 제공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중고거래 서비스가 뺑소니 가해자를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일 전북 익산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16일 오후 6시30분께오양동의 한 도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오토바이에 치였다. A씨가 정신을 잃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모여들었으나, 사고를 낸 오토바이 운전자는 자리를 뜬 뒤 나타나지 않았다.

A씨는 당시 뺑소니 사고로 손가락 골절상을 입는 등 전치 4주 상해를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


'중고로 샀나?' 장터 탐색

경찰 조사가 시작됐지만, A씨 가족은 생각보다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아 답답함을 느꼈다고 한다. 결국 피해자의 누나인 B씨가 직접 가해자를 찾기 시작했다. B씨는 가해자가 사고 현장에 남기고 도주한 오토바이와 헬멧에 주목했다.

도주한 가해자가 헬멧을 중고거래 서비스를 통해 구입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B씨는 '당근마켓'을 이용해 해당 헬멧과 같은 제품을 찾았다. 똑같이 생긴 헬멧이 팔린 검색 결과를 보고 B씨는 이를 판 판매자 쪽에 연락해 헬멧 구매자를 알아낼 수 있었다.

오토바이 뺑소니 사고 현장에 남겨진 헬멧 사진. [연합뉴스]


판매자에 연락을 취하는 한편, B씨는당근마켓에 '뺑소니범을 잡으려고 한다. 이 오토바이를 당근마켓에서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연락해 달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남겨진 오토바이 사진과 사고 현장 사진을 함께 첨부했다.

얼마 뒤 B씨에게 사고 현장의 오토바이가 과거 당근마켓에 매물로 올라온 것을 봤다는 사람이 연락해왔다. 연락해 온 사람이 당시 매물로 등록된 오토바이 사진을 저장한 덕분에 사건 현장에 남겨진 오토바이와 비교할 수 있었다. B씨는 이를 토대로 과거 오토바이를 매물로 내놓았던 사람의 아이디가 헬멧 구매자의 아이디와 같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물건 살 것처럼 접근'

해당 오토바이를 과거에 매물로 등록했었던 사람, 그 사람과 같은 아이디를 사용하는 헬멧을 구입한 사람. 이 두 사람이 동일인물이고, 그가 바로 동생을 치고 달아난 뺑소니 범인이라고 확신한 B씨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물건을 구매할 것처럼 꾸몄다고 한다.

B씨의 메시지를 받은 사람은 '뺑소니 사고를 당하신 분이냐'고 먼저 물어보며 자신의 범행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B씨는 "범인은 미성년자였는데 내가 뺑소니범을 찾겠다고 올렸던 글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 같다"라며 "사고 당시에는 무서워서 도망갔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B씨는 범인의 진술 내용을 연락처와 함께 경찰에 제출했다.

경찰은 B씨가 지목한 사람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고, 결국 그는 범행 사실을 인정하고 B씨와 가족 측에 사과했다. 다만, 가해자는 미성년자로, 운전자보험 등에 가입하지 않아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가해자는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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