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진영 '中·러 포위망' 구축 시작일까.. 美 '勢 과시' 행사로 그칠까

김남석 기자 2021. 12. 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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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포커스 - 민주주의 정상회의 D-7

바이든, 대만 포함 110國 초청

최근 민주주의 후퇴國 포함돼

美 전략적 이익 따른 선정 비판

“印·比초청 = 對中견제 초점” 분석

反권위주의·부패척결·인권수호

각국 ‘3대분야공약’ 내용에 촉각

종전선언 추진하는 한국정부

美-中 사이 난감한 상황 놓일 듯

워싱턴 = 김남석 특파원

‘대중국·러시아 견제용 포위망 구축의 출발점이냐, 아니면 단순한 세력 과시용 행사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오는 9∼10일 화상으로 개최하는 첫 ‘민주주의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를 둘러싸고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정상회의에 초대받지 못한 중국·러시아는 물론 북한까지 나서 ‘냉전적 사고의 산물’ ‘미국의 지배 도구’ 등 연일 강도 높은 비난을 내놓고 있다. 이번 회의 목표가 대중 견제 포위망 완성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은 초청국에 대만이 포함되자 “불장난을 하면 끝내 제가 지른 불에 타죽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110개국이나 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하는 데다, 초청대상국 중 일부는 독재·권위주의 정권에 가깝다는 비판도 나오면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적 반응도 있다. 반면 글로벌 쇠퇴 현상을 보이고 있는 민주주의 가치를 복원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어떤 결론이 나든 간에 이번 정상회의가 중국·러시아를 견제하겠다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데에는 전문가들도 큰 이견이 없다. 특히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대만을 초청했다는 점에서 미국이 대만 및 남중국해 방어 공약을 재확인할 가능성이 크고, 정상회의 뒤 대중 견제 연합 구축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회의에 초청받은 한국 역시 향후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자 협의체) 등 대중 견제 동참이라는 청구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상회의 초청대상 110개국 선정 기준은 민주주의보다 전략적 이익?=미 국무부는 11월 24일 홈페이지를 통해 민주주의 정상회의 초청국 110개국 명단을 공개했다. 지역별로는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이 한국을 포함해 일본·호주 등 21개국이었고 유럽 39개국, 미주 27개국, 아프리카 17개국, 남·중앙아시아 4개국, 중동·북아프리카 2개국 등이었다.

문제는 명단에 국제사회로부터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고 비판받은 국가가 다수 포함됐다는 점이다. 해마다 각국의 민주주의 상태를 측정하는 프리덤하우스의 2021년 보고서를 기준으로 하면 초청대상국 110개국 중 31개국은 부분적으로 자유로운 국가, 3개국은 아예 자유롭지 못한 국가로 분류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도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초청국 중 앙골라와 콩고민주공화국·이라크·케냐·말레이시아·파키스탄·세르비아·잠비아 등 8개국은 민주주의 순위에서 유난히 낮은 순위에 속하며, 브라질·인도·필리핀·폴란드 등 4개국도 지난 10년간 민주주의가 크게 후퇴한 국가들”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폴란드는 극우성향 집권당이 언론 탄압은 물론 사법부를 통제하고 판결에 영향을 미쳐 사법정의를 해치고 민주주의를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필리핀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에서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천 명을 즉결 처형하면서 국제사법재판소(ICC)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초청 기준이 민주주의가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대만 초청은 이번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의도가 대중 견제에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이 원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이면서도 대만의 세계보건기구(WHO) 참여를 지지하고 있는 미국은 이번 회의를 대만의 글로벌 외교 복귀 무대로 삼는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인도가 초청국에 포함된 것 역시 중국 때문으로 분석된다. 에이미 호손 중동민주주의프로젝트 국장은 로이터통신에 “인도, 필리핀처럼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지만 중국 인접 국가들을 초청한 것을 보면 대중국 견제 전략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만연한 부패와 사법권 침해 등으로 논란의 대상인 폴란드·우크라이나가 초청된 것은 러시아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함께 초청국에 포함된 이라크는 미국에 적대적인 이란을 겨냥했다는 평가다. 대표적 친중 국가인 파키스탄의 경우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필요한 대테러 지원용, 민주주의 후퇴 현상이 뚜렷한 브라질·인도·인도네시아·나이지리아 초청은 지역 강국이자 인구 대국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논란이 불거지자 바이든 행정부는 “정상회의가 민주주의 국가 여부를 따지고 승인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美의 민주주의 수호 약속에 얼마나 많은 국가가 중·러 견제 동참할까? = 미 백악관 등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의의 주제는 △권위주의 대응 △부패 척결 △인권 수호 등 크게 3가지다. 특히 각국 정상들은 이 3대 분야에서 대내외적 상황과 향후 공약 사항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정상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각국이 어느 수준까지 공약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최대 관전 포인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약속을 하느냐다. 특히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창했지만 최근 ‘민주주의와 선거지원 국제기구(IDEA)’ 평가에서 ‘민주주의 후퇴국’으로 분류되는 불명예를 안은 게 미국이기 때문이다. 서맨사 파워 미 국제개발처(USAID) 처장은 지난달 “우리는 과감하고 다층적인 반부패 구상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 내용은 흘러나오지 않고 있다.

미국의 공약 내용에 따라 이번 회의에 참가하는 각국의 입장도 다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미국 역시 이를 통해 대중국·러시아 견제 전선에 각국의 편입 및 동참 여부를 가늠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110개국이 참여하는 이번 회의에서 대중 견제를 한목소리로 내기 쉽지 않은 만큼, 각국의 공약 내용을 토대로 향후 견제 구상 구도를 짤 수 있다는 것.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앞으로 1년 뒤에는 대면으로 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열고 각국 공약 사항을 재점검하겠다고 이미 선언한 상태다. 이 때문에 내년 5월 임기 종료 전까지 6·25전쟁 종전선언을 추진하기 위해 미·중과 모두 협의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또다시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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