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2, 제3의 천궁이 나오려면

정민하 기자 2021. 12. 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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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방공 체계인 M-SAM을 들여올 계획. 계약 규모는 35억달러(약 4조원) 상당.'

4조원이라는 대규모 계약 규모까지 명시했다.

UAE 현지 언론은 M-SAM이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중거리 방공 미사일 시스템 중 하나이며, 계약이 성사될 경우 UAE는 이 무기를 구매한 첫 국가가 된다고 잇달아 보도했다.

원전 수주를 시작으로 12년간 3개 정부에서 쌓아온 두 나라의 신뢰가 천궁-Ⅱ를 수출하게 된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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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방공 체계인 M-SAM을 들여올 계획. 계약 규모는 35억달러(약 4조원) 상당.’

지난달 17일 아랍에미리트(UAE) 국방부 트위터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글이 올라왔다. 최종 계약 전까진 모든 것을 극비로 하는 국제 무기 거래 관행과 달리 이례적인 행보였다. 4조원이라는 대규모 계약 규모까지 명시했다. UAE 현지 언론은 M-SAM이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중거리 방공 미사일 시스템 중 하나이며, 계약이 성사될 경우 UAE는 이 무기를 구매한 첫 국가가 된다고 잇달아 보도했다.

M-SAM은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天弓)-Ⅱ'이란 이름으로 더 익숙하다. 구형 호크 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해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국내 방산업체인 LIG넥스원·한화시스템 등이 개발했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 무기로 꼽힌다. 수출 계약이 완료되면 국내 무기 수출 사상 최대 규모라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천궁-Ⅱ을 비롯해 최근 방산업계에는 연이은 수출 낭보에 대한 기대감이 흐르고 있다. 이 배경에는 업계가 지난 수십 년간 공들여 온 주요 기술에 대한 국산화 개발이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진행해 온 국산 무기체계 개발이 빛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게 하나 더 있다. 국가 차원에서 정부를 가리지 않고 수출 상대국과 쌓아온 신뢰다.

문재인 대통령은 천궁-Ⅱ의 UAE 수출 소식에 “바라카 원전(원자력발전소) 수주가 아크부대 파병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국방 협력이라는 결실을 맺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바라카 원전 수주와 아크부대 파병은 이명박 정부에서 이뤄진 성과임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의 칭찬은 이례적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펴면서 바라카 원전 이후 해외 원전 수주가 전무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낯설기까지 하다.

방산업계도 이번 수주가 한국의 UAE 원전 건설을 계기로 본격화된 양국 간 협력이 국방 분야로 확산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원전 수주를 시작으로 12년간 3개 정부에서 쌓아온 두 나라의 신뢰가 천궁-Ⅱ를 수출하게 된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이후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우여곡절을 겪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원전뿐만 아니라 UAE 요청으로 특수부대인 아크부대가 파견돼 현지 군사 훈련 등 외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역대 최대 규모인 천궁-Ⅱ 수출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계승할 것은 계승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무기 수출은 방산업계 특성상 기업이 독자적으로 이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 대 정부가 참여하는 또 하나의 외교다. 때문에 무기 수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는 글로벌 방산전시회에 정부 인사 참여가 필수적이기도 하다. 진영이 다르다는 이유로 입맛대로 국가 정책을 뒤바꾸면 연속성은 물론 신뢰성을 잃게 된다.

최근 강력한 화력과 높은 기동성을 앞세운 국산 K-9 자주포의 이집트 수출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2의 천궁’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집트는 세계 3위 무기 수입국이다. 2005년부터 이집트 진출을 타진하기 시작한 K-9 자주포의 수출이 최종 성사되면, 이 무기가 아프리카 국가에 진출하는 첫 사례가 된다. 천궁-Ⅱ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2, 제3의 천궁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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