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종편 10년

김태훈 논설위원 2021. 12. 2.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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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말 어느 방송 전문가는 갓 출범한 TV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앞날을 이렇게 예언했다. “종편 시청률은 절대 1%를 넘지 못할 것이다. 시청률 1%는 엄청나게 힘든 것이다.” TV조선에 대한 전망은 더 비관적이었다. “종편 4사 중 방송 경험이 전혀 없으니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개국 첫 1년, 그의 전망은 맞는 듯했다. 모든 종편의 시청률이 저조했다.

종편의 도약을 이끈 기수는 TV조선의 오디션 예능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이다.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가 가장 사랑하는 방송으로 연거푸 뽑혔다./TV조선

▶이제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보도·교양·오락·드라마 등 전 분야에서 종편은 지상파를 넘어서고 있다. TV조선 메인 뉴스 ‘뉴스9′의 올해 11월까지 평균 시청률은 5.9%다. 종편 중 1위는 물론이고, 수십 년 관록의 SBS와 MBC를 제치며 KBS에 이어 전체 2위에 올랐다. 지난해 실시된 방송사 신뢰도 조사에서도 TV조선은 19%로 지상파 포함해 전체에서 가장 높은 신뢰도를 기록했다. 언론계에선 방송 역사에 기록되어야 할 놀라운 도약이라고 평가한다.

▶종편의 도약을 이끈 기수는 TV조선의 오디션 예능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이다.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가 가장 사랑하는 방송으로 연거푸 뽑혔다. 최근 시작한 ‘국민가수’도 8주 연속 예능 1위를 달리고 있다. 국민 오디션은 거실 풍경도 바꿨다. 핸드폰 들고 각자 방으로 흩어졌던 가족이 TV 앞에 다시 모였다. 임영웅이란 걸출한 스타도 배출했다. 코로나로 고통 겪던 사람들이 그가 부른 ‘바램’을 함께 노래하며 시름을 덜고 위로를 얻었다.

▶종편은 다매체·다채널 시대에 폭넓은 시청 선택권을 제공하며 방송 지형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도 한다. 특히 뉴스와 시사 프로는 정권의 응원단이 된 지상파와 달리 시청자들에게 다른 뉴스와 여러 의견을 제공했다. KBS를 정권 나팔수로 만든 장본인이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을 차지하고, 서울의 교통방송이 노골적인 정치 편파 방송을 하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은 “종편조차 없었다면 어디서 정부 비판 목소리를 듣겠느냐”고 한다. 실제 종편이 없었다면 적어도 TV에서 대장동 의혹은 묻히고 말았을 것이다.

▶종편이 12월 1일로 개국 10주년을 맞았다. 종편은 이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장이란 새로운 상황을 맞고 있다. TV조선 인기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 같은 한국 드라마들이 넷플릭스 등 OTT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난다. 새롭고도 낯선 세상이다. 방송 환경은 격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 시청자의 사랑과 신뢰를 얻기 위해 방송인들이 흘린 땀이 이 변화를 헤쳐 나갈 힘이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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