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지인, 최소 80명 접촉.. 1명은 격리 前 6일간 돌아다녔다

김성모 기자 입력 2021. 12. 2. 03:04 수정 2021. 12. 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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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은 또 5000명 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국내 유입이 우려되는 가운데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오미크론(Omicron) 공포’가 국내에서도 현실화했다. 방역 당국은 1일 “나이지리아에서 지난달 24일 국내 입국한 인천 거주 40대 부부 2명과 공항에 마중 나간 30대 지인, 이들과는 별도 비행기로 나이지리아에서 23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경기도 거주 50대 여성 2명 등 총 5명이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 방문 40대 부부의 초등학생 아들과 30대 지인의 아내·장모·지인 등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고, 현재 오미크론 감염 여부 조사가 진행 중이다.

특히 40대 부부의 지인은 공항에 마중 나간 24일부터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29일까지 엿새 동안 격리 상태 없이 인천 일대 등지를 돌아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오미크론 확진자가 이 지역을 중심으로 무차별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이날 본지 취재에서 “나이지리아를 다녀온, 인천에 거주하는 목사 A씨와 아내, 이들의 10대 초등학생 아들과 공항에 데리러 나간 우즈베키스탄 출신 B씨와 그의 아내·장모·지인 등 총 7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이 가운데 3명이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것”이라며 “이 가운데 A씨 부부와 B씨가 오미크론 감염이 확인됨에 따라 나머지 일가족과 지인 등도 오미크론 감염 가능성이 커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A씨 부부와 B씨 부부 등과 접촉한 사람은 총 80명 안팎”이라며 “이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접촉자가 크게 불어난 것은 40대 A씨 부부와 30대 지인 B씨에 대한 추적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A씨 부부는 백신 접종 완료자여서 해외에서 입국해도 격리 면제를 받았다. 이에 따라 이 부부는 24일 입국 당일 인천 미추홀구 거주지 인근 보건소에서 PCR 검사를 받은 뒤 25일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별다른 이동 제한을 받지 않았다.

특히 A씨 부부는 25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도 접촉한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29일에야 방역 당국에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B씨가 공항에 마중 나간 24일부터 본인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29일까지 엿새 동안 별다른 제재 없이 외부 활동을 하면서 수많은 접촉자가 생긴 것으로 전해졌다. 방역 당국은 A씨 부부와 B씨가 접촉한 사람이 모두 8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A씨 부부와 별도로 나이지리아를 함께 다녀와 오미크론 확진 판정을 받은 50대 여성 2명에 대해서는 방역 당국은 “백신 미접종자로 경기도에 거주하는 한국인이며 재택 치료 중”이라는 정보만 제공했다.

이에 따라 A씨 부부와 B씨가 거주하는 인천 일대와 50대 여성 2명이 거주하는 경기도 일대를 중심으로 오미크론이 무차별적으로 확산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의 국내 확산 속도는 현재로선 A, B씨 부부와 동선이 겹친 80여 접촉자에게 달린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 관계자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30대 남성은 인천시 연수구 외국인이 모여 사는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지난달 30일 확진 판정이 나기 전에 접촉자가 있는 것으로 보여 추적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뒤늦게 입국자 방역 관리 강화책을 내놨다. 방역 당국은 “현재 남아프리카 지역 입국을 제한하는 8국 외에 3일 0시부터 나이지리아까지 포함해 총 9국에 대한 입국을 막을 것”이라며 “향후 2주(3~16일) 동안 모든 국가에서 입국하는 내·외국인에 대해 예방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10일 동안 격리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4일 0시부터 에티오피아에서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는 항공편도 향후 2주간 중지하고, 모든 해외 입국 확진자의 오미크론 변이 여부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은 예방접종을 완료했어도 예외 없이 자가 격리 조치하고 격리 기간도 현행 10일에서 14일로 연장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기업인 등이 해외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했을 경우 국내 입국 시 격리를 면제했지만 앞으로는 입국 직후부터 2주간 격리하기로 했다.

재택치료 급증… 환자도 가족도 이웃도 불안하다 - 1일 서울에서 재택 치료를 하고 있는 코로나 확진자가 보건소에서 놓고 간‘재택치료 키트’를 수령하고 있다. 이 키트에는 해열제, 체온계, 산소포화도 측정기, 손소독제 등이 들어있다. 정부가 지난달 30일부터 코로나 확진자에 대해 재택 치료를 기본 원칙으로 하겠다고 발표하자“정부가 국민에게 치료의 책임을 떠넘겼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종찬 기자

하지만 이른바 ‘K방역’이라며 확진자 추적·진단 능력을 홍보해 온 정부는 올여름 델타 변이 확산 방지에 실패한 데 이어 이번 오미크론 변이 사태에서도 초반부터 허점을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0일 일본에서 오미크론 변이 첫 확진자로 기록된 나미비아 외교관은 인천공항 환승 구역에서 1시간 정도 머물다가 비행기를 갈아타고 일본 나리타 공항으로 건너갔지만, 방역 당국은 이 외교관과 인천공항 내 접촉한 사람이 있는지 “아직 조사 중”이란 말만 반복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이 항공기에 탑승했다 국내 입국한 41명에 대해서도 조사했으나 코로나 확진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지만 공항 내 감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오미크론 변이의 감염력이 매우 높다는 사실도 이번에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나이지리아를 방문한 40대 목사 부부가 모더나 백신을 지난 10월 28일 접종 완료한 상태였음에도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됐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모더나는 다른 백신에 비해 초기 중화항체량이 많이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도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됐다”면서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백신 효능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이와 별도로 A씨 부부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지난달 24일 국내 입국한 탑승객 45명에 대해서도 검사를 하고 있다. 이 중 아프리카 국가인 차드를 방문한 한 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이 나왔으나, 오미크론이 아닌 델타 변이 감염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급속히 번지는 오미크론의 전파력을 감안하면 우리도 이미 국내에 오미크론이 상당히 퍼졌을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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