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같은 집값 급락 오나.. 금융 위기·사전 청약이 변수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2021. 12. 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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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학봉 전문기자의 Special Report]
국토부 장관의 40% 폭락 경고, 어디까지 사실일까

“2012년, 2013년 하우스푸어가 큰 문제가 됐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한 방송에 출연, “강남의 일부 아파트가 2010년 대비 2013년에 40%가 떨어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향후 집값이 폭락할 수도 있으니 주택 구입에 신중하라는 경고였다. 금융 당국의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영향으로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폭등세를 보였던 집값이 안정세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하지만 노 장관의 경고와 달리, 국내 연구기관들은 내년에도 주택 가격이 소폭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노 장관이 언급한 당시 강남 아파트 40% 폭락의 원인은 무엇일까? 내년 집값이 폭락할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

강남구 아파트 가격 변동률과 기준 금리 변화

폭락의 촉발점은 리먼 쇼크

노 장관이 언급한 2012~2013년 강남 집값 폭락은 2008년 리먼 쇼크와 이후 발생한 남유럽 재정 위기가 촉발한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이 컸다. 2005년과 2006년 각각 19%, 28% 폭등했던 강남 아파트 가격은 리먼 쇼크의 직격탄을 맞은 2008년 6% 하락했다. 그러나 2009년에는 6.36% 급반등했다. 금융 위기로 실업률 증가, 가계 연쇄 부도 등 직격탄을 맞은 미국과 달리, 한국은 수출이 급속도로 회복하면서 경제가 단기간에 정상화된 것처럼 보였고 투자 심리도 회복됐다. 금리 변동도 한몫했다. 한은이 2004년 3.25%에서 2008년 5.25%까지 올렸던 기준 금리를 2009년 2%까지 인하, 주택 시장에 다시 자금이 유입됐다.

하지만 가격 회복은 일시적이었다. 강남 아파트 가격은 2010년(-1.74%)과 2011년(-0.41%) 소폭 조정을 거쳐 2012년에 -12.1%의 폭락세를 보였다. 2007년 33억원이던 강남의 67평형 아파트가 2013년에는 16억원에 거래되는 등 강남에 ‘반 토막’ 아파트가 속출했다. 한때 전국적 수요가 몰리며 맹위를 떨쳤던 ‘강남 불패론’이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공포 심리가 확산해 시세보다 훨씬 낮게 나온 ‘초급매물’만 가끔 거래될 뿐이었다.

이명박 효과 vs 글로벌 위기론

강남 집값 폭락 요인은 복합적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2009년 2월 2%까지 내렸던 기준 금리를 한은이 2011년 6월 3.25%까지 올렸다. 급격한 금리 인상은 부동산 버블 붕괴를 초래하기도 한다. 일본의 중앙은행이 1980년대 말 2.5%까지 낮춘 기준 금리를 1990년 8월에 6%까지 올리면서 부동산 버블 붕괴로 이어졌다.

미국주택가격 지수

금리 인상과 함께 수도권 미분양 주택 증가, 이명박 정부의 반값 아파트 정책 등도 영향을 줬다. 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집값 폭등기인 2006년 4700가구까지 줄었으나 2013년에는 3만3000가구까지 급증했다. 2014년부터 미분양이 줄면서 부동산 경기가 회복기로 접어들었다. 현재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는 731가구로 사상 최저치 수준이다. 주택보증공사 사장을 역임한 김선덕 박사는 “집값이 떨어지려면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세로 돌아서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수도권 미분양 물량이 급증했던 것은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정책도 한몫했다. 그린벨트 해제지 주택 32만 가구를 포함 2012년까지 수도권에 보금자리주택 6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고 실제 강남구와 서초구 등에서 시세 절반 가격의 아파트가 나왔다. ‘반값 아파트 공급 폭탄’ 기대로 분양가가 비싼 민간 아파트는 미분양이 속출했다. 판교, 한강, 위례, 광교 등 신도시 입주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리먼 쇼크에서 촉발된 집값 하락세가 2013년까지 이어진 것은 한국만이 아니다. 미국, 네덜란드, 영국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도 한국과 비슷하게 주택 가격 하락세가 지속됐다. 리먼쇼크에 이어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로 세계경제의 침체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2012~2013년 웅진, STX, 동양그룹, 벽산건설, 풍림 등이 자금난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제2의 경제 위기론이 나왔다. 경제가 불황에서 벗어나 짧은 기간 성장을 한 뒤 다시 불황이 본격화하는 더블딥(double dip) 가능성이 전 세계 주택시장을 꽁꽁 얼어붙게 만든 것이다.

국내 기관들, 내년 소폭 상승 전망

노형욱 장관이 집값 급락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연구기관들은 집값이 올해보다는 소폭이지만 상승을 전망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전국과 수도권 주택매매가격이 각각 2%, 3%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내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3.7%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인상, 대출 규제만으로 집값 하락이 어려운 이유는 공급 부족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집값 상승의 요인으로 2023년까지 수도권 신축 아파트 입주 감소를 꼽았다. 대선과 지방 선거로 인한 개발 공약과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도 집값 상승세를 자극할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 대출 규제, 금리 인상이 집값 상승을 둔화시키겠지만, 집값을 하락시킬 정도의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노 장관의 우려처럼 집값이 40% 폭락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아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되는 신도시 공공·민영아파트의 사전 청약이 이명박 정부의 반값 아파트와 같은 ‘공급 폭탄’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리먼 쇼크와 남유럽 재정 위기와 같은 글로벌 금융 위기, 예상보다 훨씬 가파른 금리 인상, 더 강력한 대출 규제 등의 돌발 변수가 터진다면 상황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미국 내년 집값, 16% 폭등 vs 2.5% 하락”]

연간 20% 폭등한 미국의 내년 집값은 어떻게 될까.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내년 말까지 집값이 16%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집값 상승의 전망 근거는 공급 부족이다. 2006년 부동산 호황기에는 주택이 연간 227만 가구가 공급됐지만, 2009~2019년은 연간 50만~120만 가구로 절대 공급 규모가 줄었다. 지난해와 올해 집값 폭등기에도 인력 부족, 자재난, 건축 규제 등으로 충분한 주택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최소 400만 가구 정도 덜 공급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팬데믹으로 재택근무를 경험한 청년층의 주택 수요는 크게 늘었다.

미국 모기지업체 패니매(Fannie Mae)도 올 4분기에서 내년 4분기까지 중위가격이 7.9%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온라인 부동산 중개 업체 질로는 10월 기준으로 향후 12개월 동안 미국의 주택 가격이 13.6%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모두 공급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다. 골드만삭스 등의 큰 폭 상승론은 내년에 경기가 회복되지 않아 금리의 큰 폭 상승이 어렵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

소폭 상승이나 하락 전망도 있다. 부동산 데이터 회사인 코어로직은 미국 주택가격이 2.2%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기지은행 연합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말 2.5% 하락으로 마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오름세를 지속하다가 하반기로 갈수록 하락한다는 전망이다. 근거는 금리이다. 연합회는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022년 3분기까지 3.7%, 2022년 말에는 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현재 3.09%보다 1%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패니매가 2022년 말까지 예측한 금리(3.4%)를 훨씬 웃돈다.

☞리먼쇼크

2008년 미국 대형 투자 은행 리먼브러더스가 신용도 낮은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해 파산하면서 촉발된 세계적인 금융 위기. 신용 경색이 발생하면서 미국의 주택 가격이 30%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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