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한 사람 성폭행범으로 몰아 죄송" 美작가 앨리스 시볼드, 40년 만에 사과

최연진 기자 2021. 12. 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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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 회고록 쓴 시볼드, 혐의 벗은 브로드워터에 사과

40년 전 자신이 겪은 성폭력을 소재로 체험기를 써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미국 작가 앨리스 시볼드(58)가 자신이 범인으로 지목했던 흑인 앤서니 브로드워터(61)에게 사과했다. 계속해서 억울함을 호소해 온 브로드워터가 최근 뉴욕주 대법원에서 실제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다.

/위키피디아·AP 연합뉴스

시볼드는 지난 30일(현지 시각) 블로그 플랫폼인 ‘미디엄’에 사과문을 올리고 “당신이 영위할 수 있었을 삶이 부당하게 박탈당한 사실에 대해 먼저 사과한다. 어떤 사과로도 당신에게 일어난 일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성폭행 당시) 18세였던 내 목표는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었지, 또 다른 젊은이의 삶을 회복 불가능하게 영원히 바꾸려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고 했다.

시볼드는 시러큐스대 1학년이던 1981년 성폭행을 당했다. 5개월 뒤 캠퍼스에서 우연히 마주친 브로드워터를 범인으로 지목했고, 경찰은 현장에서 수집한 체모를 현미경으로 분석해 브로드워터를 기소했다. DNA 검사가 동원되지 않았을 때였다.

이후 시볼드는 성폭력 피해 경험과 재판 과정 등을 담은 회고록 ‘럭키’를 출간했다. 또 10대 소녀의 성폭행 피해를 소재로 한 소설 ‘러블리 본즈’도 냈다. 이 책은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고, 영화로도 제작됐다.

하지만 브로드워터는 16년간 복역하고 출소한 뒤에도 계속해 무죄를 주장했다. 무죄 판결을 이끌어낸 1등 공신은 뜻밖에도 ‘럭키’의 영화 제작 초기에 참여한 프로듀서 티머시 무치안테였다. 재판 부분 스토리를 읽던 무치안테는 의문을 품고 사건을 파헤쳤고, 그 결과 유죄 판단의 증거들이 사실은 ‘엉터리’였다고 확신하게 됐다. 그의 도움을 받은 브로드워터는 결국 지난달 22일 뉴욕주 대법원에서 40년 만에 혐의를 벗었다.

시볼드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이해하는 데 8일이 걸렸다”며 “무고한 사람을 감옥에 보내는 사법 체계 안에서 내가 부주의하게 담당한 역할로 인해 앞으로도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시볼드의 사과를 접한 브로드워터는 변호사를 통해 “여전히 고통스럽지만, 그의 사과는 내가 평안을 찾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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