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미래 뇌과학의 모습

2021. 12. 1.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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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연구는'관찰의 시대'
이제는 축적된 지식·정보 활용
인지·뇌공학 분야로 중심 이동
수학·물리 등에 관심 더 쏟아야

매년 11월 중순, 전 세계 뇌과학자가 미국에 모인다. 미국신경과학회 연례학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 이전 2019년에 개최된 학술대회 통계에 따르면, 대략 3만명의 뇌과학자가 참가했다. 실제로 미국신경과학회 연례학술대회는 최고의 역사와 권위를 갖춘 학술대회로 가장 규모가 크다. 최고 역사와 권위를 갖춘 학술대회인 만큼 최고의 과학자들이 발표하는 연구성과를 들을 수 있는 초청강연 시리즈는 물론 다양한 뇌과학 연구결과가 소개된다. 그리고 학회장은 물론 개최 도시 곳곳이 많은 뇌과학자 간의 활발한 토론으로 채워지는 역동적인 학술대회이다.

이 학술대회에 참석하고 깨달은 것은 내가 전공하겠다고 뛰어든 뇌과학이란 다양한 과학, 기술, 그리고 공학이 종합된 학문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의 깨달음은 한 가지 뇌과학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 연구자와의 긴밀한 협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뇌과학은 생물학이나 의학이 아니라 다학제 간 협력을 기반으로 한 융합학문이다.
문제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 뇌·인지과학
현대 뇌과학의 역사를 대변한다 할 수 있는 미국신경과학회는 1969년 설립돼 2019년에 설립 50주년을 맞았다. 이에 2020년 미국신경과학회 학술지인 ‘신경과학저널’(Journal of Neuroscience)에 미국신경과학회 설립을 기준으로 뇌과학 연구의 지난 50년을 돌아보고, 미래 50년에 일어날 뇌과학 연구를 예측하는 논문이 발표됐다. 논문에 따르면 1969년 이후 50년간 많은 발전을 했고, 뇌에 대한 몇 가지 중요한 해답을 얻었다. 설립 이듬해인 1970년 카츠, 오일러, 액설로드 박사는 신경전달물질이 시냅스에서 유리됨을 밝힌 공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다. 학회가 설립된 다음해, 뇌의 이해에 가장 중요한 개념인 시냅스와 신경전달물질에 관한 연구성과가 주목을 받은 것은 매우 의미 있다. 이 발견은 신경전달물질이 약리학으로부터 독립해 신경과학이라는 새 분야를 연 사건이기 때문이다.

과거 발견을 돌아보는 것도 좋지만 미래 50년 동안 나타날 뇌과학의 모습을 고민해 보는 것은 중요하다. 이 고민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제3차 뇌연구촉진기본계획(2018~2027)은 물론 2028년부터 진행될 미래 뇌연구촉진기본계획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좋은 이정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50년간 주목받을 것은 뇌과학의 활용이다. 즉 그동안 축적된 뇌과학 정보와 지식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한다는 것이다. 치매와 같은 뇌질환을 최소 침습적인 방법으로 조기에 진단해 적기에 치료하는 기술, 초음파와 같은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뇌기능을 조절하는 기술, 미니 뇌(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효율적인 신경계약물 선별과 효능검증에 활용하는 기술 혹은 손상된 뇌조직을 대체하는 기술 등 개발이 제안됐다. 그리고 50년 후에는 뇌공학 기술이 정점에 이르러 기계학습이나 인공지능(AI) 기술로 사라진 기억을 복원하거나 인간 의사결정을 모사하는 사람을 닮은 로봇(휴머노이드)의 등장도 예측했다.

정리해 보면 그동안의 뇌과학 연구는 ‘관찰의 시대’였다. 골지 교수가 발견한 염색법으로 염색한 신경세포를 카잘 교수는 현미경을 통해 시냅스를 관찰했고, 액설로드 박사는 특정 신경전달물질을 표지하고 추적해 시냅스에서 유리됨을 관찰했다. 1997년 오가와 박사와 탱크 박사는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RI)을 이용해 살아 있는 사람 뇌 속 활동을 관찰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이러한 뇌과학자들의 수고 덕분에 우리는 많은 정보를 축적하게 됐고, 점차 이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제 뇌과학 연구는 ‘해석과 활용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즉 미래 뇌과학은 신경생물학 중심에서 인지과학과 뇌공학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뇌과학자를 꿈꾸는 미래 과학도들이 생물만큼이나 수학과 물리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미래 뇌과학 기술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성을 입히는 것이다. 미래 뇌과학 기술에 신경윤리라는 강력한 안전망이 장착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기술은 사람을 돕는 기술이 아니라 해치는 기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 뇌·인지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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