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부친 살해후 "넘어졌다".. 前국대 권투선수의 패륜

조철오 기자 2021. 12. 1.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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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신정훈 기자

뇌병변장애를 가진 아버지를 살해한 뒤 사고사라고 주장하다가 5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힌 국가대표 출신 전직 권투선수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5부(재판장 이규훈)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전직 권투선수 A(21)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올해 1월 3∼4일쯤 인천시 미추홀구 자택에서 아버지 B(55)씨를 수십 차례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술에 취해 귀가해 평소 함께 살면서 쌓였던 불만을 참지 못하고 주먹과 발로 B씨를 심하게 때린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사건 발생 당일 오전 “아버지가 숨졌다”며 스스로 112에 신고했다. 당시 경찰이 출동했을 때 B씨는 자택 베란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중학교 1학년 때인 2013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인 2018년까지 복싱 선수로 활동했다. 그는 전국 복싱 선수권 등 각종 대회에 출전해 여러 차례 1위를 차지했으며 청소년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A씨는 앞서 경찰 조사에서는 “아버지가 넘어진 것 같다”며 사고사라고 주장했다. 또한 재판 과정에서는 “아버지를 폭행하거나 살해한 사실이 없다. 갈등이나 불만도 없어 살해할 동기가 전혀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부검 결과 B씨의 갈비뼈와 가슴뼈 등이 부러진데다 여러 장기도 파열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5개월간 내사를 벌인 끝에 A씨를 검거했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9명 전원은 A씨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이들 중 4명은 A씨에게 징역 10∼16년을, 나머지 5명은 징역 7년을 선고해야 한다는 양형 의견을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직계존속을 살해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반사회적, 반인륜적 범죄”라며 “피고인은 불만을 품고 친아버지인 피해자를 살해했고 범행 동기 등을 보면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은 다른 친족들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된 피해자를 돌보기 위해 함께 동거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9월부터 B씨와 단둘이 지낸 A씨는 알코올 의존 증후군과 뇌 병변으로 장애가 있던 아버지를 방에 가두고는 문고리에 숟가락을 끼워 밖으로 나오지 못한 사실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또한 A씨는 또 밥 대신 주로 컵라면이나 햄버거 등을 아버지에게 먹였으며 함께 사는 동안 한 번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그리고 B씨가 혼자서는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지만 사망할 때까지 한 번도 씻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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