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후생연금' 기록 없다더니 말바꾼 일본..강제동원 은폐

지종익 2021. 12. 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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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가 강제동원 피해를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 3년이 지났습니다.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으려면 후생연금 자료 등이 필요한데, KBS 취재 결과 일본 정부가 이런 자료를 은폐하려는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도쿄 지종익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태평양전쟁 당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소송을 돕는 나고야 소송지원회.

지난 3월, 피해자 11명의 강제동원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일본연금기구에 후생연금 가입기록 조회를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건 '기록이 없다'는 답변뿐.

지원회는 생존 피해자인 정신영 할머니의 당시 사진, 창씨개명 이름, 연금번호까지 제시하며 재확인을 요청합니다.

이번에는 일본의 국회의원이 대리 신청자로 나섰습니다.

그러자 '전쟁 중 기록이 사라졌지만' 후생연금 가입은 인정할 수 있다는 새로운 답변이 왔습니다.

다섯 달만에 다시 받은 회답표에는 강제동원 현장인 '나고야 미쓰비시 항공기제작소'에 '가입기간'까지 명시돼 있습니다.

[고이데 유타카 사무국장/나고야 소송지원회 : "국회의원의 압력에 굴한 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게 전부였습니까?) 네."]

70여년이 지났지만 연금수당은 1945년 당시 받을 금액만 인정한다는 일본 정부의 계산대로라면, 정 할머니가 받는 연금수당은 1050원 정도인 99엔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규정이 달라졌다며 후생연금 수당을 피해자 본인이 직접 신청해야 한다는 답변이 뒤따랐습니다.

[고이데 유타카 사무국장/나고야소송지원회 : "(보통 일본 행정절차를 생각하면 시간이 꽤 걸리겠죠?) 그렇습니다. 본인이 사망하는 걸 기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피해자들의 추가 소송을 막기 위해 자료를 의도적으로 은폐하는 것 아닌지 시민단체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이국언/대표/근로정신대할머니를 돕는 시민모임 : "떼어갈 때는 말없이 무작정 떼어가고 돌려줄 때는 신청인이 증거를 들이대야만 확인해주겠다는 것은 또다시 피해자들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정부의 거짓과 은폐, 그리고 한국 정부의 무관심 속에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배상과 사죄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KBS 뉴스 지종익입니다.

촬영:안병욱/영상편집:이현모/그래픽:이근희

지종익 기자 (jig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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