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사 폐암 산재 올해만 14명, 급식실내 발암물질 조리흄 노출
[앵커]
학교 급식실에서 오랫동안 일하다 폐암에 걸린 조리사들이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취재해봤더니 폐암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학교 급식실 조리사가 올해에만 14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튀김요리를 할 때 나오는 조리흄이라는 유해물질이 암을 일으킨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윤현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광주광역시의 한 중학교 조리실.
튀김 요리중인 가마솥에서 하얀 유증기가 솟구칩니다.
지난달 관할 교육청이 급식실 현장을 점검할 때 학교 비정규직 노조가 촬영했습니다.
[급식조리사/음성변조 : "1,800명인가 돼요. 난리가 아니죠.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더 심할 때도 있어요."]
폐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발암물질 조리흄은 튀김 요리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강원도 한 초등학교에서 급식 조리사로 일하던 58살 허영옥 씨도 튀김요리를 종종 하던 급식실에서 20년간 일했습니다.
[허영옥/급식조리사 20년 경력 : "튀김 양이 워낙 많으니까요. 그거 다 하고 나면 막 호흡이, 가슴이 답답하고 메슥거리니까 밖에 나와서 있다 들어가고. 또 튀겨서 계속 애들 밥은 줘야 하니까..."]
지난 5월 가슴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폐암 4기 판정을 받았고 지난 달 22일 산업재해를 인정받았습니다.
급식실 조리사 폐암은 지난 2월, 처음 산재로 인정됐습니다.
이후 허 씨를 포함해 13명이 추가로 산재를 인정받은 사실이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이 가운데 3명의 판정서를 분석해 봤습니다.
10년 이상 일하면서 장기간 조리흄에 노출된 점을 미뤄 급식실 조리 업무와 폐암 발병 사이에 인과 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조리흄은 고온에서 기름을 가열할 때 나오는 미세한 기름 입자인데, 폐에 들어가면 염증을 유발합니다.
[현재순/직업성·환경성 암환자 찾기 119 기획국장 : "'조리흄'이라고 하는 게 폐암의 원인이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측정이나 검진 대상에 들지 않아요."]
판정서 한 건에서는 조리실 환기 부족도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한 조리실의 사진을 보면 환기 장치는 환풍기 1대뿐이고, 그마저 다른 설비에 가려져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KBS와의 통화에서 폐 CT 촬영을 포함해 급식실 조리사들의 건강상태에 대한 실태조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윤현서입니다.
촬영기자:박장빈/영상편집:황보현평/그래픽:홍윤철
[앵커]
이 문제 취재한 사회부 윤현서 기자와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폐암에 걸린 급식실 조리사가 꽤 많이 나오는데, 전면적인 실태조사는 안 합니까?
[기자]
안그래도 교육부가 지난 5월, 각 교육청에 자체 점검을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점검을 하려고 해도, 환기설비 기준이나 유해 물질인 조리흄과 관련된 명확한 규정이 없어서 점검 기준도 제각각이었습니다.
실제로 조사를 했던 한 교육청의 결과보고서를 입수해 확인해 봤는데요.
'조리흄과 관련한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앵커]
일단 조리실에 있는 환기시설을 더 잘 갖춰야 한다는 얘기인데 지금 기준은 어떻죠?
[기자]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흄 등 유해물질이 발생하면 환기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라고만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조리실 면적이나 시설 특성에 따른 세부 기준이 없는 건데요.
이번에 만난 조리사들은 환기설비가 있어도 튀김의 양이 워낙 많다 보니 유증기가 잘 배출되지 않는다고 호소했습니다.
조리하는 음식 양이 많을 수록 환기 기준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지금은 당사자, 조리사들이 이 유해물질에 얼마나 나오고 있는지 모르는 거죠?
[기자]
그것도 문제입니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은 작업장 유해물질을 측정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조리흄은 빠져 있습니다.
일단 얼마나 조리흄이 배출되는지를 알아야, 대책을 세울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전문가들은 작업환경 측정 대상에 조리흄을 추가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합니다.
[앵커]
노동부에서는 이 문제,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노동부는 현재 환기 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10곳 정도의 학교 급식실을 실태조사했는데,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환기시설의 크기나 송풍 용량 등을 결정할 방침입니다.
노동부는 이런 기준이 마련되면, 이르면 이번달에 실태 점검을 나설 수 있다고 취재진에게 밝혔습니다.
영상편집:신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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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서 기자 (hye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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