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을 왜 대전에서? '천국' 같은 인프라 덕!

글·사진 윤희일 선임기자 2021. 12. 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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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 신·자동 와이어액션 등 각광..'오징어 게임'도 촬영

[경향신문]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액션영상스튜디오’. 이 스튜디오에서는 와이어를 이용한 고난도 액션 신 등을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다. 앞쪽 동영상은 이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액션 신 중 일부. 윤희일 선임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4시 대전 유성구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옆 실내 스튜디오. 요즘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이 만들어진 곳이다. 드라마 ‘광팬’들에게는 ‘글로벌 인기 드라마의 성지(聖地)’로 불린다. 하지만 스튜디오의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넷플릭스 새 드라마가 촬영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현장을 찾았지만 허사였다.

“한마디로 ‘철통보안’입니다. 현재 세트 설치 작업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외부인 특히 언론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촬영을 지원하는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이상수 단장의 설명이다. 제작사 측이 드라마에 관한 정보가 사전에 새어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비밀리에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외부에 알려진 것은 내년 3월까지 이곳에서 넷플릭스의 새 드라마가 만들어진다는 것 정도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머지않아 세계를 놀라게 할 또 하나의 드라마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넷플릭스의 세계 1위 드라마 <지옥>과 <오징어 게임>이 만들어진 대전이 드라마·영화 제작의 새로운 ‘천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K콘텐츠’의 힘이 대전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얘기다.

대전에서 촬영된 드라마 <지옥>의 한 장면. 이 드라마는 최근 세계 1위에 올라 화제가 됐다. 넷플릭스 제공

<지옥>은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실내 스튜디오(영상특수효과타운) 2곳에서 지난해 8월부터 올 1월까지 약 5개월간 주요 장면이 촬영됐다. <오징어 게임> 역시 바로 옆에 있는 ‘스튜디오 큐브’에서 줄다리기·달고나·구슬치기 등 주요 게임 장면의 대부분이 촬영됐다. 스튜디오 큐브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운영하는 시설이다.

대전의 드라마·영화 촬영시설은 요즘 바쁘게 굴러가고 있다.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하고 있는 실내 스튜디오 2곳은 이미 내년 초까지 대관이 끝난 상태다. 올해 대전에서 촬영된 드라마와 영화는 30여편에 이른다.

대전이 드라마·영화 촬영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하고 있는 대형 스튜디오 2곳에는 국내 다른 곳에서는 엄두도 내기 어려운 ‘특수촬영’ 시설 등 영상 관련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인기가 높은 시설로는 ‘아쿠아 스튜디오’를 들 수 있다. 넓이 231.2㎡, 높이 5.6m에 이르는 대형 수조 형태의 이 스튜디오에서는 다이내믹한 수중 신을 자유롭게 찍을 수 있다. 드라마 <지리산> <킹덤2> <18어게인> 등이 여기서 촬영됐다.

와이어를 이용한 고난도 액션 신을 촬영할 수 있는 ‘액션영상 스튜디오’도 자랑거리다. 최근에는 배우와 연결된 와이어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최첨단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그동안 대전에서 촬영된 드라마나 영화는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반도> <시동> <1987> <마약왕> <택시운전사> 등이 모두 ‘메이드 인 대전’이다.

이 밖에 대전 시내 곳곳에는 드라마나 영화를 촬영하기에 좋은 장소들이 많다. 1932년에 지어진 옛 충남도청사는 영화 <변호인>과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원더우먼> 등의 무대가 됐다. 한남대 교정에 있는 선교사촌도 영화 촬영 명소로 꼽힌다. 영화 <그해 여름> <덕혜옹주> <살인자의 기억법> <정직한 후보>와 드라마 <마더> 등이 촬영됐다.

대전시의 드라마·영화 사랑도 큰 몫을 하고 있다. 대전시는 관련 산업을 키우기 위해 지역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촬영하는 경우 제작에 소요되는 경비 일부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최근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융복합 특수영상 콘텐츠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통해 대전을 세계 최고 수준의 특수영상단지로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김진규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플랫폼들이 ‘K콘텐츠’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대전에서 세계적인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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