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K배터리, 中 원료 없으면 못만든다

류정 기자 2021. 12. 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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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이 수출 막으면 '제2 요소수 사태'
전기차 배터리

한국 배터리 산업을 대표하는 3사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가 약 5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배터리를 구성하는 4대 핵심 소재를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배터리 공급망 안보’가 매우 취약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요소수 사태처럼 중국이 원료 생산을 축소하거나 수출을 중단할 경우 배터리 생산 비용이 급등하거나 제조 자체가 어려워져 산업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이 장악한 배터리 공급망에 최근 균열이 생기면서 배터리 가격이 내년에는 역대 처음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로테크 산업이 한국의 하이테크 산업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국, 배터리 공급망 장악… 꼬리가 머리를 흔든다

중국은 전기차 리튬이온배터리의 4대 핵심 소재인 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질 시장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에서 원료뿐 아니라 이를 가공한 중간재를 수입해 배터리를 만들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가격에서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0%로, 이 중 양극재가 원가의 44%를 차지한다. 그런데 이 양극재 시장은 중국이 58%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9%에 불과하다.한국은 양극재를 만드는 핵심 원료인 ‘니켈·코발트·망간’을 섞은 가루(전구체)도 거의 전량 중국에서 수입한다. 양극재에서 가장 비싼 코발트는 민주콩고가 전 세계 채굴량 중 78%를 차지하지만 중국이 콩고 광산을 장악해 채굴된 코발트의 72%는 중국에서 가공한다. 또 호주·칠레 등에서 채굴되는 리튬도 61%는 중국에서 가공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전기세·수도세 같은 유틸리티 비용이 저렴해 핵심 원료 가공을 손쉽게 장악했다”며 “난도가 높은 기술은 아니지만, 중국이 없으면 배터리를 만들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글로벌 음극재 시장은 중국이 66%를 장악하고 있다. 배터리 음극재로는 흑연이 쓰이는데, 중국은 최근 값싸고 질 좋은 인조 흑연을 대량생산해 국내 배터리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한국 포스코케미칼이 천연 흑연을 생산하지만 가격 경쟁에서 밀린다.

음극과 양극을 나눠주는 분리막은 일본 아사히카세이가 시장을 주도했지만, 최근 중국 상해은첩이 저가 공세를 펼치며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중국은 전 세계 전해질 시장도 72%를 장악하고 있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전해액에 들어가는 중국산 리튬염 가격이 연초 kg당 15달러에서 최근 80달러까지 올랐다”며 “중국산 의존도를 낮추지 않으면 가격 변동 위험에 대응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내려가던 배터리 가격, ‘차이나 보틀넥’에 급반등

중국이 배터리 가격 결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내년에 배터리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0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NEF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시장에서의 배터리 가격이 올해보다 2.3%오를 전망이다. 배터리 가격이 오르는 것은 블룸버그가 배터리 가격을 조사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2010년 1kwh(킬로와트시)당 1200달러에 달했던 배터리 가격은 지난해 140달러로 가파르게 하락했다. 하지만 올해 가격 하락폭이 전년 대비 6%에 그친 데 이어 내년에는 오름세로 전환하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2위 배터리 기업인 BYD는 최근 고객사에 공문을 보내 “원자재 값이 너무 올라서 견디기 힘들다”면서 리튬인산철 배터리 가격을 20%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자동차 업계는 배터리 가격이 1kwh당 100달러가 되면 내연기관 차와 전기차 가격이 비슷해질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블룸버그는 이 시기도 당초 2024년에서 2년 더 늦춰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포드·르노 등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2030년까지 배터리 가격을 80달러까지 낮추겠다고 했지만 이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지금 같은 구조로는 한국 배터리 산업이 지속 가능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중국이 아닌 다른 곳으로 원료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전구체 같은 소재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배터리 4대 핵심 소재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을 배터리 4대 핵심 소재라고 부른다. 양극재는 주로 니켈·코발트·망간(NCM)을 섞어서, 음극재는 흑연이나 실리콘으로 만든다. 두 소재는 배터리의 성능과 수명을 결정한다. 전해액은 리튬 이온이 이동하며 전기를 만들 수 있게 하는 액체 물질이다.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면서 이온만 통과시켜, 배터리의 충전·방전이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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