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준석 보란 듯..이재명·송영길 '팀워크' 과시

[경향신문]
SNS 중심 친밀한 관계 연출
말 아끼지만 반사이익 기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송영길 대표가 ‘케미(끈끈한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 간 갈등 상황에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으면서 내심 자중지란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이 후보와 송 대표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친밀한 관계를 연출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9일 송 대표가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인간이 있고, 부패되는 인간이 있다. 100일 동안 이 후보가 잘 발효되도록 온 정성을 기울이겠다”는 글을 올리자, 다음날 “참 와닿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잘 발효되는 이재명이 되겠다”고 화답했다. 송 대표가 지난달 27일 “이 후보를 역사의 도구로 쓰임 받게 해달라 기도한다”고 올린 글에 이 후보는 “감사합니다 대표님. 더 열심히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댓글을 남겼다. 송 대표는 “이재명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 필승”이라고 추가 댓글을 달았다.

두 사람은 경선에서 ‘이심송심’ 논란이 일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두 사람은 당 비주류이며 광역단체장(경기지사·인천시장)을 지낸 공통점이 있다. 최근 관계 과시는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놓고 갈등을 빚는 윤 후보와 이 대표의 관계와 달리 안정적이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취지로 읽힌다.

이 후보가 ‘이재명의 민주당’을 앞세워 윤 후보처럼 당을 장악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후보와 마찰을 빚는 이 대표와 달리 송 대표는 “민주당이 반성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발을 맞추고 있다. 당 안팎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앞세우려 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송 대표는 이 후보를 뒷받침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전도사’를 자처한 송 대표는 “이재명을 공부하자”며 이 후보 서적 읽기를 독려하고, 황운하 민주당 의원의 윤 후보 지지층 비하 발언을 수습하는 등 내부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이 후보가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으로 다녀간 지방을 사후 방문해 당원과 조직 기반을 다지는 것도 송 대표 몫이다.

민주당은 윤 후보와 이 대표 간 갈등이 심화된 상황에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1일 “자중지란 상황에 왈가왈부할 건 아니다”라며 ‘강 건너 불구경’ 태도를 보였다. 기동민 의원은 이날 SNS에 “당원과 국민의 선택을 받은 당대표 패싱 논란 같은 게 사당화의 징후”라며 윤 후보를 비판했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SNS에 “이모티콘 올리고 잠수 타는 당대표, 꼰대 가득한 올드보이 선대위, ‘나는 모르겠다’는 윤 후보까지 모두 정치를 코미디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