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일당 전화에 '비밀번호' 바꿔준 카드사
[KBS 전주] [앵커]
신용카드 정보를 빼낸 사기 일당이, 이 신용카드를 범죄에 쓰려고 정보 변경을 시도했지만 본인 인증에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카드사는 사기 일당의 요구를 들어줬고, 이 일당은 변경한 정보를 악용해 돈을 빼갔습니다.
오정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카드회사로 걸려온 상담 전화.
[신용카드 상담사/음성변조 : "휴대전화 번호 변경하신다는 거죠? (네.)"]
신용카드 정보에 등록된 전화번호를 변경해 달라는 요청에 상담사는 비밀번호를 요구합니다.
[신용카드 상담사/음성변조 : "틀렸다고 나오거든요? (그래요?) 자동이체 계좌번호는 확인될까요? (통장을 안 가지고 나와서요.) 말씀하신 자택 정보가 일치하지 않아서요. 직장 주소는 확인될까요? (아뇨, 일 안 하고 있어요.)"]
인증 정보가 대부분 맞지 않거나, 대답을 못 하지만 상담사는 전화번호를 변경해줬습니다.
남성이 단지 신용카드 번호와 운전면허 번호를 알고 있었다는 게 이유인데, 요청하지도 않은 카드 비밀번호까지 선뜻 바꿔줬습니다.
[신용카드 상담사/음성변조 : “카드 비밀번호도 새로 등록해드릴까요. 고객님? (네, 새로 할게요.)”]
카드의 실제 주인인 30대 윤 모 씨가 문제를 눈치챈 건 한 시간 뒤.
그 사이 윤 씨 명의로 신용카드 인증이 가능해진 사기 일당은, 휴대전화 넉 대를 개통하고 오픈뱅킹 계좌까지 개설해 윤 씨 다른 계좌에서 수백만 원을 빼갔습니다.
유출된 개인 정보를 악용한 범죄를 카드사가 도와준 꼴이 된 겁니다.
하지만 카드사 담당자는 피해자에게 절차상 문제없다고 말합니다.
[카드사 관계자/음성변조 : "(상담 대응) 기준으로 하면 없는 건 맞습니다. (잘못이 전혀 없다는 말씀인가요?) 네."]
[윤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소량의 정보만으로 바꿔준다는 게 황당한 거죠. 막말로 분실된 지갑을 통해서라도 제 3자가 범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해당 카드사는 취재가 시작되자 절차에 일부 문제가 있었다며 보상안을 마련하고 내부 지침을 다듬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한문현
오정현 기자 (ohh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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