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없이' 충청 일정 끝낸 尹 "아니다 싶으면 찍지 마라" 자신감(종합)
외국인노동자 문제선 '장고'..대국민메시지 부재? "지금 발언이 다 메시지"
(서울·천안=뉴스1) 김일창 기자,유새슬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박3일' 일정의 충청 방문 일정을 1일 마무리했다. 윤 후보는 당내 경선 토론회 때와는 180도 다른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정치권에서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선대위 영입과 이준석 당 대표의 '잠적' 등 갈등 현안 해결에 있어 윤 후보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이유가 이번 충청 일정을 통해 드러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내놓는다.
이날 오후 충남 천안 신부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청년간담회에서 윤 후보가 청년들의 각종 질문에 막힘 없이 대답하자 참석자들은 "윤 후보가 그동안 준비를 단단히 했구나"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대화의 주제는 큰틀에서 '경제', 세부적으로는 52시간제와 최저임금, 저출생, 국가예산, 세금 등 분야를 망라했지만 윤 후보의 답변에서 망설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제 공약 영양가 없다 생각하면 저 찍지 마라"
윤 후보의 '자신감'을 단적으로 보여준 발언은 '저출산' 대책과 관련한 답변에서 나왔다.
윤 후보는 "저성장이 고착화돼 청년은 돈을 벌어 자산을 축적하는 기회가 안 생기고, 장년층은 자산은 축적했는데 소득이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그런데 선거에서는 당장 얼마 준다고 하면 표가 나오니 포퓰리즘으로 흐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보니 잘못된 정책들이 자꾸 누적이 된다"며 "정치인들이 표받는데 세금을 쓰고 나면, 실제 도움을 줄 수 있는 데 쓸 수 있는 세금이 없기 때문에 선거 때 잘 판단해야 한다. 제가 하는 공약을 보고 영양가 없다 싶으면 찍지 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년과 저출생, 일자리, 경제와 기업의 성장 이런 것들이 다 같은 문제"라며 "내수시장에 들어와 있는 중소기업을 아주 제대로 지원해서 키워야 청년세대의 안정적인 일자리와 다음 세대를 낳고 키우는 데 생기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분들만 괜찮으면 편하게 질문하도록 해달라"
청년들의 질문이 경제 분야에만 집중되면서 전주혜 중앙선대위 대변인이 다른 쪽으로 질문을 유도하자 윤 후보는 "아니 그러지 말고 이분들만 괜찮으면 편안하게 질문해 달라"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 청년이 '청년을 위한 대표 공약으로 생각한 게 있냐'고 묻자 윤 후보는 "딱 청년에게 맞는 공약은 사실 의미가 없다"며 "결국 우리나라 기업과 경제가 점점 빠른 속도로 커가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에게 가장 절실하다"고 답했다.
이어 "사실 맞춤형 공약은 있다. 예를 들어 청년이 월급 일정액을 저축하면 정부가 같은 금액만큼 지원해서 목돈을 장만하는 제도"라며 "그러나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기다. 기본적인 정책 방향의 문제다"라고 부연했다.
청년 앞에선 기성세대 모두가 죄인이라고 밝힌 윤 후보는 "청년 지원책은 보편적으로 하면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에 공부와 창업, 주거 세 가지 방향에서 제도를 설계하고 재정을 재배치해야 한다"라며 "여기에 문화와 의료 지원을 더해야 효과가 크지 기본소득 얼마준다 그런 식으로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상속세 완화"…외국인노동자 문제에는 '장고'
이에 앞서 충남북부상공회의소 소속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중소기업 정책을 "혁명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대기업이 사업을 벌이면 중앙정부가, 대통령이 나서서 규제를 다 풀어준다"며 "그런데 왜 중소기업이 할 때는 아무도 쳐다보지 않고 공무원들이 갑질하게 놔두느냐,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시 봐야 한다"고 말했다.
'100년 기업의 탄생'과 '근로자 고용보장'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윤 후보는 "과세하기에 부적절한 부분은 빼고, 납부 기한도 현실적으로 적용하면서 독일·스웨덴의 기업상속제도를 잘 벤치마킹해 촘촘하게 제도를 만들겠다"며 "상속세 부담 완화로 기업 영속성이 유지되면 국민도 공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윤 후보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같은 월급을 주자니 우리 말이 서툴고 생산성에서 차이가 나서 현실에 안 맞는다고 한다"며 "그러나 외국인의 인권, 국제노동기구(ILO)의 대원칙 등을 바탕으로 정부, 기업 관계자들의 의견을 잘 모아서 현장에 맞는 답을 꼭 내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이 답변을 할 때 한참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람들 만나고 말씀 드리는 것 자체가 곧 대국민 메시지"
윤 후보는 김종인 전 위원장 영입을 계속해서 추진하면서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을 풀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이나 이 대표에게 '매달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번 충청 일정에서 드러난 윤 후보의 자신감이 그 배경의 하나가 아닐까 짐작하고 있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경선 토론회 등에서는 제한된 시간 때문에 후보가 가진 개념과 철학 등을 제대로 밝히기 힘든 측면이 있었다"며 "이젠 그런 제약이 많이 없어졌기 때문에 후보의 진면목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당 초선들이 '대선 100일 전인데 대국민 메시지가 없다'는 비판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메시지는 말로 하는 게 아니고 어떤 분들을 만나서 어떤 말씀을 드리는 것, 그것이 대국민 메시지다"라고 답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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