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미사일 발사 문제삼지 말자" 외교원장, 제정신인가

국립외교원 홍현익 원장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를 문제 삼지 않는 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망언이다. 그는 또 "북한은 대북제재를 적대시 정책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등 핵·미사일 개발의 명분이 되고 있다"고 했다. 원인과 결과를 뒤바꾸고 사실과 논리에도 맞지 않는 궤변이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 싱크탱크 윌슨센터가 이날 주최한 미북관계 전망 포럼 자리에서 나왔다. 한국에서는 홍 원장을 비롯해 고유한 통일연구원장과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미국의 북핵문제 개입을 적극 주장했다.

이들은 미북 핵협상, 종전선언, 대북제재에서 이구동성 작심하고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는 문 정부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해 갖고 있는 공식적인 입장과도 괴리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홍 원장의 발언은 심각한 궤도 이탈이다. 외교 전략과 외교관 육성 기관의 수장의 말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북한의 논리에 동조적이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으로 문제 삼지 않아야 할 게 아니라 그 자체로 문제다. "우리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개발하는데 그에 상응하는 사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땐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한 말에는 북한이 제기하는 소위 '주권국가론'이 잠재돼 있다. 국제사회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불량국가' 북한과 대한민국을 동등하게 둔 '친북적' 망언이다. 홍 원장은 "내년 4~10월은 굉장히 위험한 시기가 될 수 있다"며 이를 피하는 방안으로 내년 봄 한미연합훈련 유예를 주장했다. 북한이 활용하는 위협 전술을 보는 것 같다. 북한 대변인이 아니고선 할 수 없는 말이다.

포럼에 참석한 미국 싱크탱크 연구자들이 홍 원장 등 한국 외교안보 연구기관장들을 반박한 것은 천만다행이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이 "종전선언은 한미 국익에 위험한 부분이 있다"고 했고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장거리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지 않았다고 칭찬하는 것은 '오늘 살인하지 않았으니 잘했다'는 것과 같다"고 했다. 대한민국 안보를 미국인이 이렇게 걱정하는데, 국민의 녹을 먹는 외교안보기관장들은 안보를 팔아먹는 허튼 말장난을 하고 있으니 제정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