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방문 부부 결과 곧 나온다 "韓 '오미크론' 들어온 듯..유전체검사 확대해야"
정은경 청장 오후3시부터 신종변이태스크포스(TF) 회의
"전면입국 금지한다고 국내 유입 못막아"
"현재 의료붕괴부터 막아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시행 이후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급격히 악화된 가운데 신종 코로나19 변이인 ‘오미크론’ 국내 첫 감염이 의심되는 40대 부부에 대한 전장유전체 분석 결과가 1일 오후 9시쯤 공개된다.
정부는 이들 부부가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역학조사를 통해 접촉자를 찾아내는 한편, 남아프리카 8개국 외에 외국인 입국 금지 대상 국가를 확대하는 등의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이르면 오는 3일 이런 대책과 함께 사적모임 인원 제한 등을 골자로 한 대대적인 방역 조치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 “40대 부부 오미크론 발견될 가능성 높다”
정부는 신종변이태스크포스(TF) 단장인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주재로 이날 오후 3시부터 해외 입국 방역을 강화하는 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정부는 국내 첫 오미크론 의심 사례가 보고된 전날(11월 30일) 오후 늦게 신종변이TF를 구성했다.
손영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오전 중대본 회의에서 “외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한 진단검사를 강화하면서 변이검사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외교부, 관련 부처와 논의하고, 오늘 내일 중에 (중대본에서) 입국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손 반장은 이어 “(오미크론) 국내 지역사회 유입 가능성을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도 했다. 앞서 손 반장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바이러스 변이 분석 양상이 기존에 확인한 통상적 양상과 다르다. 오미크론 변이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현재 국내에 오미크론 변이만 잡아내는 PCR검사는 없는 상태다. 다만 정부는 변이PCR을 통해 델타와 알파/베타/감마/오미크론(N501Y변이)를 구분해 낼 수는 있다. 이들 부부는 이 검사를 통해 델타는 음성이 나왔지만, 알파/베타/감마/오미크론에서 양성이 나타났다고 한다.
◇ 일본 확진자 인천공항 경유, 1시간 가량 머물러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지난 10월 28일 모더나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나이지리아를 방문했으며, 한국행 비행기를 탑승하기 전에 현지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음성 결과지를 받았다.
부부는 지난달 24일 입국해 지역 보건소에서 PCR 검사를 받고, 25일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이들과 접촉한 40대 남성 지인의 변이 PCR검사에서 오미크론이 의심되는 결과가 나오면서 부부도 변이 검사를 받게 됐다.
방역당국은 부부와 같은 비행기에 탑승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45명과 거주지가 동일한 이후 8명에 대한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이들 부부와 관련해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사람은 총 9명인데, 40대 지인과 10대 자녀(남성)을 제외하면 아직 추가 확진자는 없는 상태다.
탑승객 45명 가운데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방역당국은 오미크론이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확진자는 차드(아프리카) 여행 후 입국했으며, 변이 PCR검사에서도 큰 특이성은 없이 델타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문제는 백신 접종자는 입국 후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지침에 따라 이들 부부가 귀국 이후 하루 동안은 별도의 격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날(11월 30일)까지만 해도 이들 부부는 일반 코로나19 확진자로 분류됐다.
이들과 같은 비행기에 탑승해 귀국한 45명 가운데 확진자도 자신의 확진 사실을 알기 전에 자유롭게 활동한 만큼 지역사회가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오미크론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나미비아 30대 일본 외교관이 지난 27일 인천공항을 경유하면서 한 시간 가량 머문 것으로 알려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다만 현재 이 외교관이 탄 항공기로 국내 입국한 41명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 보고는 없었다고 한다.
◇ “오미크론 대비 방역 강화하고 변이 검사 해외 입국자로 확대해야”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국내 유입 가능성에 대비해 방역을 강화하고, 진단법을 신속하게 개발해 해외 입국자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미리부터 과도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봤다.
이미숙 경희의료원 감염내과 교수는 “오미크론이 첫 발생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신접종률은 24%로 상대적으로 낮다”며 “오미크론의 스파이크 단백 부위 변이가 감염 전파력을 얼마나 높이는지, 중증화는 얼마나 일으키는지에 대한 자료가 적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례 분석에서 전파력이 델타 못지 않게 높지만, (방역 대응을 하려면) 우선 오미크론이 발생한 지역의 입원률이나, 사망률을 계속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화이자 신약연구부석을 총괄하는 마이클 돌스턴 CSO(최고과학대표)도 전날 외신 인터뷰에서 “12얼은 돼야, 오미크론이 델타를 뛰어넘는 우세종이 될 지 알 수 있다”며 “베타 변이의 경우 기존 백신을 무력화했지만, 확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방역 대응 상황은 분위기가 다르다. 위드코로나 시행 이후 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숫자는 5000명대로 치솟았고, 중환자 병상은 한계치를 넘어섰다. 여기에 감염력을 알 수 없는 변이까지 덮치면 상황은 겉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교수는 “오미크론이 국내에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며 “위드코로나를 시행하면서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도 많아진 것을 감안해, 전장유전체 분석을 11월 해외 입국자들 중 바이러스 검출된 사람들까지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한림대 교수)는 “이미 국내 유입은 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은 확산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엄중식 가천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전면 입국 금지를 한다고 해도, 국내 유입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현재 코로나19 확산세를 잡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교수도 “오미크론에 지나친 공포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면서도 “방역과 의료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은 쉬어 가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위드코로나 시행에 따른 확진자 급증으로 의료 체계가 붕괴될 위험에 처한 것이 더 문제란 뜻이다.
한편 당국은 오미크론 변이 감염 의심 확진자 4명의 건강상태에 대해 “인지 단계부터 증상 발현까지 오미크론 변이가 다른 코로나 감염증과 구분할 만한 특이점은 없다”며 “감염 초기 호흡기 증상이나 근육통 외에 특별한 증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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