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AL 인터뷰] 'K리그2 철인' 안산 이상민 "무엇보다 체력은 자신 있다"

김형중 2021. 12. 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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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김형중 기자 = 올 시즌 K리그2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뛴 선수는 안산그리너스 미드필더 이상민이다. 리그 모든 경기에서 한 경기 모자란 35경기에 나서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공식 기록 상, 뛴 시간만 추가시간 포함해 무려 3,408분이다. 누적 경고 징계로 인한 1경기 결장만 아니었으면 한 시즌 풀타임도 가능했다.

지난달 25일 ‘철인’ 이상민을 만났다. 성공적인 시즌을 마친 소회가 듣고 싶었다. 여기서 잠깐. 이상민은 올 시즌 전까지 지난 4년 간 K리그1, 2 통산 총 22경기에만 나섰던 선수다. 2017년 수원삼성 소속 3경기, 2018년에는 6개월 단기 임대로 수원FC에서 12경기, 2019년과 2020년에는 다시 수원으로 복귀해 각각 1경기, 6경기 출전에 그쳤다. 공격포인트는 0이었다.

이런 선수가 지난 겨울 안산으로 이적해 새로운 축구 인생을 시작했다. 팀의 주전 미드필더로 거의 모든 경기에 풀타임 뛰며 팀을 이끌었다. 본업은 수비형 미드필더였지만 팀의 필요에 따라 점차 공격적으로 나서 투톱으로도 활약했다. 올 시즌 공격포인트는 4골 6도움, 총 10개를 기록했다. 이제는 안산의 대표적인 멀티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올 시즌 소감을 물었다. 이상민은 “정말 감사한 시즌이다. 그동안 경기를 많이 못 뛰었는데, 감독님과 코치님들께서 믿음을 주셔서 많이 뛸 수 있었고, 좋은 결과가 나와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안산은 시즌 초반 좋은 흐름을 탔다. 4월까지 3승 2무 2패로 경쟁력을 보여줬다. 이상민은 첫 경기부터 도움을 올리며 김길식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이후 줄곧 경기에 나서며 감각을 끌어올렸다. 이에 대해 그는 “감독님 스타일이 수비적으로 활동량 많은 것과 공격까지 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그 부분이 나름대로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자신 있는 강한 체력 때문에 기회를 많이 얻은 것 같다”라며 자신을 평가했다.

하지만 올 시즌 전까지는 축구 인생이 밝지 않았다. 수원 시절 벤치에도 앉지 못하는 경기가 태반이었다. 그 이유에 대해 “지금 포지션(공격형 미드필더 또는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이 대학 때부터 잘했던 역할이다. 그런데 수원에서는 묵직한 수비형 미드필더나 중앙 미드필더를 봐야 했다. 그래야만 경기에 나갈 수 있었고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다. 잘 해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라며 아쉬워했다. 이어 “초등학교 때는 윙어나 포워드도 보고, 중학교 땐 스위퍼나 미드필더를 봤다. 고등학교에 와서 미드필더로 정착했고, 대학 때 포워드 밑에서 공격적으로 뛰었다. 그게 가장 잘 맞았는데 수원에서는 그 자리에서 뛸 수가 없었다. 워낙 좋은 선수들도 많았고, 자신 있는 포지션에서 뛰지 못하니 잘 되질 않았다”라고 되돌아봤다.


수원FC 임대 기간 포함 총 4년을 보낸 후, 이상민은 지난 겨울 큰 결정을 했다. 뛸 수 있는 팀을 찾아 안산행을 결심했다. 당시를 생각하며 그는 “올해 5년차인데 그동안 정말 경기에 나가고 싶었고, 늘 부족함이 있었다. 그래서 이적을 결심했다”라고 한 뒤, “하지만 경기 못 뛰는 동안에도 그 안에서 형들을 보고 배우는 것이 많았다. 이적했을 때 그때 배운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라고 전했다.

이상민의 롤 모델은 자신보다 한 살 많은 김천상무 소속 고승범이다. 수원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룸메이트이기도 했다. 이상민은 “승범이 형이 2018년 대구로 임대 가기 전부터 룸메이트였다. 팀에 복귀했는데 당시 감독님도 바뀌시고 둘 다 힘든 시기였다. 그런데 승범이 형은 그걸 다 이겨내고 지금 위치까지 갔다. 대단한 형이다. 조언도 많이 해주신다”라며 눈빛을 반짝였다.

이어 “저도 체력이 좋은 게 장점인데, 형은 저보다도 훨씬 좋다. 수원에서도 뛰는 거보면, 사실 미친개처럼 뛰었다(웃음). 그렇게 뛰면서도 수비와 공격, 모든 것에 관여한다. 축구에 대한 열정이 정말 많아서 내가 질문도 많이 한다. 형을 보면서 따라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고승범은 올 시즌 김천상무에 입대하면서 K리그2에서 활동했다. 이상민은 고승범을 상대팀 선수로 만난 경험에 대해 “재밌었다. 자주 만나는 사이라 경기 끝나고 인사할 때 기분이 묘했지만 굉장히 좋았다”라고 웃어 보였다.

이상민은 지난 시즌까지 개인 통산 공격 포인트가 전무했지만 올 시즌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에 성공했다. 자신의 기록에 들뜰 법도 했지만 겸손하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목표를 잡지는 않았었다. 시즌 초반부터 도움 개수가 올라갔는데 그것도 떠먹여 준 게 아니라 운 좋게 동료들이 잘 넣어줘서 기록했다. 도움이 올라가니 골 욕심도 조금 났다. 사실 기회가 있었지만 놓친 것이 많다. 하필 그때가 김길식 감독님이 사임하실 때쯤이었다. (29라운드) 부산전이 감독님 마지막 경기였는데, 그때 골 넣고 죄송한 마음에 눈물이 났다”라고 했다.

안산은 올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삼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이상민의 이야기처럼 김길식 감독은 지난 9월, 9경기 무승 이후 자진 사임했다. 주전 미드필더 이상민이 생각하는 부진의 원인이 궁금했다. 그는 “성적이 좋지 않아 선수들이 위축된 것 같다. 저도 그랬다. 누군가 실수로 골 못 넣고 실점했을 때 전체적으로 자신감을 좀 잃었다. 그걸 헤쳐 나가기 위해 감독님, 코치님들과 다같이 해 보자란 말을 많이 했다. 경기장에서 어차피 우리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거 다 해보자고 했다. 안산에는 간절함이 있는 선수들이 많다. 그래서 경기장에서 한 팀으로 끈끈하게 뛰고 있다”라고 당시 상황을 말했다.

안산은 김길식 감독 사임 후 민동성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쳤다. 시즌 종료 후 조민국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새 감독과 함께 하는 팀으로서 목표도 궁금했다. 인터뷰 시점에는 아직 소집하기 전이라 조민국 감독을 만나진 못했지만 이상민은 다음 시즌을 조심스레 내다봤다. 그는 “플레이오프 진출과 그 순위권에서 경쟁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가고 싶다. 이번에 오신 조민국 감독님께서 목표하시는 것들이 있을텐데, 선수들이 그걸 믿고 잘 따라간다면 원하는 결과를 이뤄낼 수 있을 것 같다. 다같이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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