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목 칼럼] 文정권 믿다가 '요소수 사태' 또 당한다

2021. 12. 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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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요소수? 갑자기 일간지와 방송을 대서특필한 단어였다. 디젤엔진 차량 질소산화물 저감장치에 들어가는 필수품목이기에 요소수가 없으면 디젤자동차들은 올 스톱이다. 왜 요소수 품귀현상이 일어났나. 호주가 미국에 밀착하자, 중국이 호주산 석탄수입을 금지시켰다. 중국내 석탄부족으로 전력대란이 발생하고 석탄에서 추출하는 요소 생산이 급감했다. 중국정부가 요소의 해외수출을 사실상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자 한국의 디젤차 산업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중국은 미국의 봉쇄정책에 효과적으로 맞서기 위해 국제심리전을 펼쳐야 함을 잘 알고 있다. 코로나 사태 등으로 신망을 잃은 중국이 우호적 국제여론을 형성하기는 쉽지 않다. 거의 유일한 방법은 중국경제의 중요성을 온 세계가 다시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석탄 부족을 핑계로 중국 지도부는 전력대란이 발생하게 방치하는 전략을 택했다. 요소 생산도 중국내에서 쓸 물량만큼만 충족되게 하고 생산량을 급감시켰다.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고 압박하는데 중국은 세계의 부품소재의 공장이니, "니들 당해봐라" 하면서 이를 세계로 공급해주지 않는 걸로 응수하는, 일종의 '자해·물귀신 전략'이다.

가공할 위력이 있다. 이번은 요소인데, 다음 번 대상은 얼마든지 기다리고 있다. 자동차용 알루미늄 차체의 원료인 마그네슘, 고강도 강철의 원료인 산화텅스텐, 2차 전지의 원료인 수산화리튬, 영구자석 등의 80%이상을 공급하는 중국이기에 이러한 재료에서 세계적 공급대란이 차례로 일어나고, 급기야 10년 전 일본을 굴복시킨 희토류 대란까지 재현되면 전세계 IT·반도체산업은 초토화된다는 메시지가 숨어있다. 그러니 중국을 압박하는데 동참하지 말라는 무력시위가 시작된 것이다.

대한민국이 첫 번째 표적이다. 그동안 북한문제·종전선언에 올인하다 보니 중국을 자극하는 어떠한 연합에도 참여하지 않아, 서방의 공급망 구축 블록에 끼지도 못한 대한민국인데도 보상은커녕 첫 번째 제물이 됐다. 요소수 대란은 미중패권전쟁 시대에 외세에 놀아날 한국의 모습을 일깨워준다. 그런데도 중국에 특사도 파견하고, 여러 다른 나라들에 달려가 웃돈을 주고 요소수를 확보하는 전쟁을 치르면서도 청와대와 외교부는 중국을 비판하는 목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인도가 9월에 중국산 요소 82만 톤을 싹쓸이하도록 중국이 허용한 것을 알고나 있나. 슬쩍 인도에 82만 톤을 넘긴 후 두달 뒤 자연스럽게 요소수 대란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한 것이 우연일까? 의도적인 대란 초래가 아니라는 일종의 알리바이까지 마련한 셈이다.

KOTRA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주요 수출산업인 디젤자동차 부문의 필수재료인 요소의 부족상황을 놓고, 수입부문인 농업용 비료생산의 문제이기에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변명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첨단기술 전략물자에 관심을 기울였으나 앞으로는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품목까지 관리범위를 넓혀 달라"고 국무회의에서 변명 아닌 변명을 하는 대통령의 뻔뻔함이 뒷받침하고 있다. 청와대는 고사하고 외교부, 주중대사관, 주인도대사관은 뭘 했나. 이런 구한말 대한제국 식 근시안적 안목과 변명으로 산업, 통상, 자원, 안보를 책임지려는가.

국가란 눈앞에 보이지 않지만 꼭 필요한 일들을 미리미리 차질 없이 해내야 하는 조직이다. 글로벌 한국에 글로벌 통상안보 정책이 실종됐다. 그동안 국내정치용 일본 때리기 정책으로 인해, 일본의 비토권 행사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도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CPTPP는 선진 원산지규정과 협력조항으로 가장 앞선 역내공급망을 구축한 국제협정이다.

대통령후보자들은 미중패권 전쟁과 필수재료 공급망 구축 문제를 정리하여 제시하는 자가 없다. 딱 구한말 임오군란, 갑신정변, 아관파천을 반복하며 외세에 놀아나던 대한제국의 모습이 재현될 조짐이다. 국가안보와 직결된 산업부문의 필수 재료와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일은 무역보복 시대에 국가생존이 걸린 문제다. 이념편향에 빠진 현 정부는 도움이 안 되니, 한국이 낳은 글로벌 기업들은 인도처럼 미리 산업정보를 체크해 각자도생하며 스스로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는 수밖에 없다. 이젠 농민반란이 아니라 기업인 반란이 필요한 시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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