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거리 뒷수습 전담' 40대 백악관 안보보좌관, 워싱턴 정가 시선은
최악의 혼돈을 빚은 미군의 아프간 철군과 미군 13명의 폭탄 테러 사망, 중국과의 긴장, 호주‧영국과의 잠수함 딜(AUKUS)에 강력히 반발한 프랑스, 사이버 공격, 인플레이션 폭등을 초래한 국제 유가(油價) 동향…. 조 바이든 행정부가 맞은 계속된 난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45)의 불운(不運)이 요즘 미 워싱턴 정가의 화제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全)방향에서 비난이 쏠릴 때에, 화살의 과녁은 백악관 안보보좌관인 설리번이 된다. NYT는 “설리번에 대한 워싱턴의 감정은 무한 책임을 지면서 실제 파워는 제한된 그의 처지에 대한 동정과, 그의 불운을 은근히 고소해 하는 감정의 중간쯤 된다”고 평가했다.
이런 불운은 지난 60년 간 최연소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오른 설리반에겐 뜻밖일 수 있다. 예일대 학부와 로스쿨 출신인 그는 “한 세대에 한 명 나올 법한 지적인 인물”(바이든 대통령), “미래 대통령이 될 잠재적 인물”(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라고 할 만큼 평이 좋다.
그런 그와 바이든 대통령에게 임기 첫해 최악의 사태는 아프간 철군이었다. 8월26일 아비규환을 이룬 카불 공항에서 결국 미군 4명(최종 13명)이 폭탄테러로 숨졌다는 첫 메모가 도착했을 때에, 바이든은 한동안 말없이 허공을 응시하다가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태가 결국 발생했다”고 했다. 이 사태의 뒷수습도 설리번 몫이었다. 당시 8월 3주 동안에 설리번은 하루 2시간을 잤다고 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NYT에 “오전 2,3시에 이메일을 보내도 즉각 답신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트 롬니 공화당 상원의원은 “바이든 외교는 처음부터 끝까지 충격적인 재앙”이라며 “내가 대통령이라면, 주변 몇 사람은 교체하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겠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롬니는 설리번을 지목하지 않았지만, 오바마 백악관에서 고위 관리를 지낸 브렛 브루언은 아예 USAT 투데이에 “아프간 실패를 물어, 설리번을 해고해야 한다”고 기고했다.
설리번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가 막대한 책임을 지되 권한은 제한돼 있는 직책과, 점차 고립주의로 가는 워싱턴의 전반적인 외교 기조 속에서 설리번이 운신(運身)할 폭이 좁다고 말한다.
설리번이 과연 이 난국을 헤쳐 나올 수 있을까. 그는 자신에 대한 평가가 아프간 유혈 사태와 혼란으로 규정되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한다. 실제로 설리번은 자신이 깊게 관여한 런던 G7 정상 회의가 글로벌 기업들이 소재에 관계없이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나라에 최소 15%의 법인세를 내도록 하는 ‘미니멈 글로벌 세금’에 합의하게 했고, 글래스고의 COP26(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선 배기가스 감축 합의를 끌어냈다.
설리번에게 불운이라면, 오늘날의 미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에겐 하나의 ‘화약고’에 전념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사이버 공격, 아이티 지진, 테러 위협 등 미국이 처한 모든 것에 대한 백악관의 정책을 지휘해야 한다. 포드 대통령과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브렌트 스코크로프트는 “너무나 많은 일이 ‘국가안보’ 소관이라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는데, NYT는 “그때는 그나마 기후변화‧랜섬웨어 공격‧트위터 따위는 크게 신경 쓰지 않던 시절었다”고 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헨리 키신저에게 “요즘처럼 소셜미디어와 핸드폰 수십억 개의 시대였으면, 당신이 몰래 중국에 들어가 비밀 외교를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설리번에 대한 인물 평은 매우 좋은 편. 야망과 열의가 대단하지만, 워싱턴 정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혐오적인 성격은 아니라고 한다. 로이드 J 오스틴 국방장관은 “내가 사람을 평하는 최고의 찬사는 ‘인품이 좋다(a good human being)’인데, 설리번이 그렇다”고 NYT에 말했다. 친구들은 미네소타주 출신인 그가 정중하고 호기심이 많고, (가족 지향적이고 친근하고 전통을 중시하는) 중서부적 기질이 있다고 말한다. 그가 2013년 미네소타대 행정대학원에서 한 졸업식 축사도 “너무 확신하지 말고, 비열하지 말고, 좋은 사람(a good guy)이 되라”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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