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첫 여성 대통령 탄생..12년 만에 좌파 정권 부활
[경향신문]
중미 온두라스에서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시오마라 카스트로(62) 자유재건당 후보가 대선 승리를 확정하면서 온두라스는 12년만에 좌파 정권이 들어섰다. ‘대만 단교·중국 수교’를 공약으로 내건 시오마라의 당선으로 중미·카리브해 지역에서 ‘친중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지도 관심이 쏠린다.
BBC 등 외신들은 1일 카스트로가 지난달 28일 치러진 대선에서 승리를 선언했고 집권당 후보도 패배를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카스트로는 대선 중간 개표 결과 우파 여당인 국민당의 나스리 아스푸라 후보(63)를 20% 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었다.
온두라스 첫 여성 대통령이 될 카스트로는 2013년, 2017년에 이어 올해까지 세 번째 도전 끝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2009년 쿠데타로 축출된 호셀 마누엘 셀라야 전 대통령의 부인이다. 남편의 집권 기간(2006~2009)에는 영부인으로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했다. 하지만 군부가 남편을 축출하고 코스타리카로 추방하자 저항운동을 주도하면서 온두라스에서 흔치 않은 여성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12년만에 좌파 정권이 부활하는 온두라스에서는 여러 변화가 예상된다. 카스트로는 대선 기간 범죄와 마약이 창궐하는 온두라스 사회의 대대적인 개혁을 약속했다. ‘민주적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부패 척결, 저소득층을 위한 기본소득 제도 도입, 낙태 합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특히 친중 성향이 뚜렷한 카스트로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실제로 수교에 나설 지 관심이 쏠린다. 카스트로는 중국과 수교해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약속해 왔다. 온두라스가 중국과 수교하게 되면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80년간 외교 관계를 이어 온 대만과는 결별해야 한다. 온두라스마저 중국 쪽으로 기울면 대만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지역 내 인근 국가들에도 파장이 미칠 수 있다. 현재 대만의 정식 수교국은 15개국 뿐이다. 이중 8개국이 온두라스, 과테말라, 아이티 등 카리브해에 접한 중미 국가들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도 온두라스 대선 결과에 촉각을 세워왔다. 공식 선거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인 30일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축하 성명을 냈다. 블링컨 장관은 “온두라스가 높은 투표율과 평화적 참여, 적극적인 시민사회의 개입으로 민주주의 과정을 강화하고 정권 교체를 이루게 된 것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대만 외교부는 전날 온두라스 대선에서 카스트로가 우세를 보이자 어느 정당이 승리하든 새 정부와 협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미국과 이민자 문제 등에서 도움이 필요한 온두라스가 중국과의 수교를 서둘러 미국과 관계 악화를 감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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