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현장] 카타르 WC의 에어컨 시스템, 경험자들은 한 목소리로 "춥다"

김태석 기자 2021. 12. 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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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도하/카타르)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과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이슈는 바로 에어콘 시스템일 것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스타디움에 적용되는 에어콘 시스템, 그런데 막상 대회 개최를 딱 1년 앞두고 찾은 카타르의 환경을 살피니 이 에어콘 시스템이 필요한가 싶은 생각이 든다.

FIFA 월드컵이 유럽 강국이나 미국에서 열리지 않을 열릴 경우, 콧대 높은 서유럽권 미디어들이 개최국의 환경에 대해 엄청난 비판을 가하곤 했다. 2010 FIFA 남아공 월드컵과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은 높은 살인 사건 발생율을 거들먹거리며 대회를 열 수 없는 불안한 치안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많은 이들이 잊어버린 얘기지만, 그 비판의 대상에는 2002 FIFA 한·일 월드컵도 포함되어 있다. 2001-2002시즌을 마친 직후인 5월 말에서 6월, 그러니까 통상적인 월드컵 개최 시기에는 한국과 일본에는 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된다. 간혹 태풍도 좀 일찍 상륙해 재해를 일으키곤 한다. 이런 환경을 전혀 경험하지 못한 서구권의 불만이 꽤나 컸기에, 당시 한·일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약 2주 정도 대회 일정을 앞당겨 2002년 5월 31일 대회를 시작해야 했다.

카타르 월드컵도 마찬가지다. 카타르가 대회 유치에 성공하자마자 당시 서구권에서는 득달같이 한여름에 덥디 더운 사막에서 무슨 축구냐는 비판을 쏟아냈다. 중동에 온 적이 있든 없든, 일단 중동하면 더운 사막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선지 저런 가혹한 환경에서는 경기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그래서 카타르가 이 비판 여론에 대처하고자 준비한 야심작이 바로 에어컨 시스템이다.

사실 에어콘 시스템은 2011 AFC 아시안컵 당시에도 존재했다. 그때는 알 사드의 안방인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과 킹 칼리파 국립경기장에만 설치되어있었으며, 에어컨 환풍기처럼 보이는 거대한 컨테이너들이 스타디움 주변에 빽빽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관중석 밑에 거대한 통풍구가 뻥하니 뚫려 있어 그곳에서 시원한 바람이 피치를 향해 불었다. 다만 이 시스템은 당시 완성 단계가 아니었다.

지금은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 열릴 8개 구장에 모두 이식됐다. 1일 1시 30분(한국 시각) 2021 FIFA 카타르 아랍컵 개막전이 열린 알 바이트 스타디움을 찾았을 때는, 10년 전처럼 어지럽게 널려있던 컨테이너 박스를 전혀 살필 수 없었다.

카타르 월드컵 쿨링 테크놀러지 파트를 책임진 사우드 압둘가니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서로 다른 건축 설계를 가진 스타디움에 딱 부합하는 에어컨 시스템 구축법을 적용시켰다고 한다. 덕분에 주변 정리도 상당히 깔끔해 보였다.

그럼 효과가 있을까? 카타르 월드컵 스타디움을 경험한 선수들은 대부분 "춥다"라고 말할 정도다. 2021 AFC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가 열렸던 당시 대회를 경험한 각 구단 관계자들은 피치의 온도가 외부와 비교해 약 6~7도 정도 낮다고 증언한 바 있다. 카타르 클럽 알 코르에서 뛰고 있는 구자철은 <베스트 일레븐>과 만난 자리에서 "관중석의 팬들은 긴팔 긴바지를 입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카타르에서만 10년 가까이 뛰고 있는 남태희의 견해도 마찬가지다. 남태희는 "카타르의 여름 날씨는 정말 덥다. 외부 온도가 45도 가까이 치솟을 때도 있다. 여기서 십년을 뛰었는데도 그건 적응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렇지만 그 여름에도 에어컨 스타디움에서 뛰면 정말 시원하다. 아니, 그 한 여름에도 추웠다. 경기를 안 뛰는 선수들은 벤치에서 긴팔을 입어야 할 정도다. 그 정도로 춥다. 개인적으로는 온도 조절을 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험자들은 하나같이 에어컨 시스템의 성능 하나는 확실하게 인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월드컵 개막을 하루 앞두고 대회 리허설로 치르고 있는 아랍컵을 취재하고 있는 처지에서 에어컨 시스템이 정말 필요한가 싶은 생각이 든다. 한낮 온도는 30도 위아래를 오르내리긴 한다. 그런데 동남아와 같은 습도는 전혀 없다. 햇살이 조금 따갑긴 하지만 전혀 불쾌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바람마저 선선하다.

현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최상의 날씨를 즐긴다고 한다. 실제로 피부로 접해보니 호들갑스럽게 에어컨까지 준비할 필요가 있었나 싶은 생각도 든다. 물론 그러지 않았더라면 그걸 빌미삼아 대회를 외부에서 흔들고자 하는 이들의 입을 막지 못했을 것이다. 어쨌든 에어컨이 없어도 이곳의 날씨는 대회를 치르는 데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에어컨이 있으니 더 최적의 환경에서 선수들은 경기를 치를 수 있다.

글·사진=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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