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일하고 오후에 오름 등반"..제주 워케이션이 뜬다

코로나19 이후 재택·비대면 근무 증가..워케이션 주목
제주, 워케이션 선호도 및 잠재 가능성 높아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일하니 능률도 오르는 것 같아요"

지난 11월30일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에 위치한 워케이션 숙소에서 만난 청년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업무와 휴양을 병행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시대가 우리 사회에 던진 여러 질문 중 하나다.

재택근무와 비대면 근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워케이션(Workation: Work+Vacation)이 새로운 업무 또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지난해 기준 한국 기업의 절반이 재택근무를 했고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재택근무를 희망한다는 기업이 52%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여행을 하면서 일을 한다고 하면 '초과 근무', '일 중독'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올랐다.

워케이션은 여행지에서까지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며 업무의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특히 MZ세대 중심의 스타트업의 관심을 받고 있다.

워케이션을 향한 관심도는 다양한 조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가 지난해 10월 직장인 101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 워케이션을 할 의향이 있다는 답변이 61%, 일과 삶의 조화를 높일 수 있다는 답변은 50%였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업무용 메신저 '잔디'를 이용하는 기업 58개를 대상으로 한 워케이션 선호 조사에서 워케이션이 기업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50%를 차지했다.

또 워케이션을 경험할 기회가 있다면 참여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56.9%가 '있다'고 응답했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도 마을여행 및 웰니스 관광지와 연계한 워케이션 여행에 주목하고 있다.

제주시는 한국관광공사의 '워케이션 후보지 발굴과 분석'에서 워케이션 성장 가능성과 선호도가 높은 지역으로 선정됐다.

전국에서는 강원도관광재단이 지난 3월 워케이션 상품을 내놓으며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강원도의 워케이션 상품은 출시 2개월만에 8200박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고 주중 관광객이 25% 이상 증가하는 등의 성과를 보였다.

제주 한림읍에 위치한 '제주플레이그라운드'는 취미여가 플랫폼 기업 '프립'과 제주관광공사가 협업해 운영하는 장기 숙박 시설이다.

이곳에는 화상회의를 비롯한 업무공간이 있어 노트북 한대만 있으면 여행지에서도 실제 사무실에 있는 것처럼 일할 수 있다.

물론 이곳은 딱딱한 사무기구로 가득찬 회색공간이 아니다. 탁트인 바다 전망과 언제든 낮잠을 청할 수 있는 객실이 있다.

음악감상, 보드게임, 독서, 명상 등 업무 중간중간 꽉 막힌 두뇌와 가슴을 뚫어줄 여가 시설이 곳곳에 마련돼있다. 여기에 더해 외부에서 승마와 숲길 걷기, 낚시 등의 체험형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경기도에서 워케이션왔다는 스타트업 창업자 한도언(26)씨와 백기열씨(26)는 "제주는 항공비 등에서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여행지라는 점이 강해 (워케이션 장소로서)특별한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김도년 프립 파트장은 "이달 워케이션 상품을 통해 공기업과 IT회사, 스타트업 등에서 24명이 참여했다"며 "대부분 젊은층이고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워케이션은 대안여행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착하려면 과제도 적지않다는 지적이다.

58개 기업 대상 설문에서 '워케이션 진행에 가장 부담 되는 요소'로 '원격근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34.5%로 가장 많은 답변을 기록했다.

'업무 특성상 이동이 불가능' 22.4%, '시간적 여유 부족 15.5%' 등 순이다.

홍성화 제주관광학회 회장은 "워케이션이 활성화하려면 기업과 직원이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며 "업무의 능률과 성과가 있다면 워케이션의 부정적 인식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k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