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취재파일] KF-21 2호기, '정광선 기' 명명 추진..도대체 정광선은 누구?
방사청이 한국형 전투기 KF-21의 2호기를 '정광선 기'로 명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달 22일 방사청 확대간부회의에서 강은호 청장이 "KF-21 2호기를 '정광선 기'로 제도화하는 방법을 검토하라", "공식적으로 명명이 안 된다면 방사청 내 보고 문서에는 2호기를 '정광선 기'로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입니다. 정광선 씨는 예비역 준장으로 2016년 3월부터 현재까지 방사청의 한국형 전투기 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인물입니다.
KF-21은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출고식에서 보라매로 명명됐습니다. 공식 명칭은 KF-21 보라매입니다. 그럼에도 2호기는 'KF-21 정광선'으로 부르자는 것입니다. 함정에는 위인의 이름을 붙여 부르기도 합니다. 전투기에는 통상 이런 식의 작명을 안합니다. 게다가 현존 특정 공무원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세계 전투기 역사 상 처음일 것입니다.
방사청은 인도네시아의 KF-21 공동개발 분담금 재협상 타결을 치하하고, 직원 사기 진작 차원의 명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방사청은 정광선 단장의 노고가 크다고 평가하는지 모르겠지만, 한국형 전투기 사업단의 무장계획이 단단하지 못해 강은호 방사청장과 박종승 국방과학연구소장 입에서 "무장 없는 전투기", "빈 비행기"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분담금 재협상은 대단히 불완전할 뿐 아니라 손해가 발생할 여지도 큽니다. 국방부, 공군뿐 아니라 방사청 내부에서도 'KF-21 정광선' 명명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많습니다.
DJ와 KAI는…
KF-21 2호기에 굳이 별칭을 붙이겠다면 보라매 사업을 처음 창안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적합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의지가 없었다면 KF-21은 태동하지도 못했습니다. 이름하야 'KF-21 DJ'입니다. 그도 아니면 무(無)의 상태에서 시제기들을 개발한 KAI에게 이름을 돌려야 마땅합니다. 'KF-21 KAI-men' 이런 식입니다.
KF-21의 앞길은 첩첩산중입니다. 에이사(AESA) 레이더도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습니다.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이지만 작년 하반기에 레이더의 눈인 TR 모듈이 무더기로 불타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무장은 더 큰 문제입니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물론이고 장거리 공대공미사일도 언제 장착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인니 재협상 자화자찬하더니
인도네시아 분담금 1조 6천 억 중 30%는 현물로 받기로 했습니다. 팜유를 받을지 사탕수수를 받을지 결정 안됐고, 어느 정도 가격으로 쳐서 어디에 팔지도 미지수입니다. 분담금 재협상 타결은 공치사할 성과가 아닙니다. 미납금에 대한 이자도 의견일치를 못 봤습니다.
절대 성공적 협상이 될 수 없는데도 정광선 단장은 강은호 청장을 추켜세웠습니다. 강은호 청장이 KF-21 2호기를 '정광선 기'로 부르자고 하는 것은 이에 대한 사례일까요? 방사청의 한 관계자는 "전임 왕정홍 청장 시절에만 해도 강은호-정광선의 관계는 안 좋았다", "두 사람의 최근 '브로맨스'에 지난 1년 간 무슨 일이 있었냐는 웅성거림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방사청이 'KF-21 정광선'이라고 부르면 '슈퍼 을' KAI도 그렇게 불러야 합니다. 이러다 보면 'KF-21 정광선'은 대중화될 것입니다. KF-21은 방사청의 사업도 아니고, 한국형 전투기 사업단의 사업도 아닙니다. 공군, 국방과학연구소 KAI가 전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사활을 건 국가적 사업입니다. 이름을 붙이려면 국민적 공감대를 먼저 끌어내야 합니다. 강 청장과 방사청 확대간부회의가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김태훈 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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