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 '와르르' 극복하지 못하면 월드컵도 없다

안영준 기자 2021. 12. 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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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전과 뉴질랜드전 모두 연속 실점
30일 오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여자축구 대표팀 대한민국과 뉴질랜드의 친선경기 2차전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0대 2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2021.11.3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확인했다. 압박과 역습 등 준비했던 전략을 잘 구현했지만 실점한 뒤 '와르르' 무너지는 아쉬움이 있었다. '벨 호'가 목표하는 아시안컵에서의 성공과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루려면 이 부분의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

'벨 호'는 30일(이하 한국시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 0-2로 졌다. 후반 38분과 후반 40분 연속 실점했다. 지난 27일 열린 1차전을 2-1로 이겼던 한국은 1승1패로 뉴질랜드와의 2연전을 마무리했다.

한국은 2연전을 통해 긍정적 요소를 많이 확인했다.

1차전에선 전반전의 부진을 딛고 반등하는 저력을 보였다. 강력한 압박과 빠른 역습을 앞세워 역전승을 일궜다.

2차전에선 경기 내용이 더 좋았다. 전반 초반부터 후반 막판까지 내내 경기를 지배했다. 벨 감독이 훈련에서 강조한대로 2선에서 공을 빼앗기면 곧바로 압박해 공을 재탈취했고 이후 빠른 템포의 역습으로 뉴질랜드를 괴롭혔다. 벨 감독의 표현대로 4-0 승리가 이상하지 않을 만큼 압도적 우세였다.

하지만 일방적 경기에도 득점으로 결정짓지 못했고, 결국 후반 38분 역습 상황에서 페이지 사첼에게 골을 허용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이전까지 견고했던 한국은 첫 골 실점 후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다급해진 한국은 마크를 연달아 놓쳤고, 결국 2분 만인 후반 40분 가비 레니에게 한 골을 더 내줬다. 수비진뿐 아니라 모두가 우왕좌왕하다 내준 추가골이었다.

한국과 미국의 친선 경기(대한축구협회 제공)© 뉴스1

한국이 실점 후 더 무너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0월27일 미국과의 원정 평가전에서도 연속 실점의 아픔을 겪었다.

당시 한국은 0-3으로 뒤지던 상황서 추격을 위해 애썼지만, 막판 연달아 실점하며 그대로 무너졌다. 한국은 후반 40분 라피노 메간, 후반 44분 라벨리 로즈, 후반 46분 윌리엄스 린에게 거푸 골을 허용했다.

연달아 3골을 내주는 동안 한국은 조직력과 기세를 완전히 잃었다. 신난 미국의 뒤만 따라다니다 계속 실점했다. 한국 골문에 있던 공이 센터서클로 옮겨지고 미국이 공격을 하면, 골문은 여지없이 또 열렸다. 무기력했다.

미국이 세계 랭킹 1위의 여자축구 최강인 점을 감안하면 패배한 자체를 혹평하긴 무리다. 하지만 미국의 강한 경기력에 무너진 게 아니라 실점 후 멘탈이 붕괴돼 자멸했다는 것은 짚어볼 대목이다.

대한민국 여자축구대표팀 지소연이 30일 오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뉴질랜드의 친선경기 2차전에서 뉴질랜드 수비를 뚫고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2021.11.3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뉴질랜드전도 그랬다. 한국은 2차전에서 두 번째 실점 전까지 크로스에 의한 위기를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았다. 여민지와 추효주 등 공격 자원까지 측면으로 내려가 크로스를 조기에 방어했고, 이후에도 심서연과 임선주가 높은 집중력으로 커버했다. 여기까지가 잘 준비된 평소의 한국 대표팀 경기력과 수준이다.

하지만 불과 2분 전 내준 실점의 타격이 한국의 좋은 경기력을 무너트렸다. 그 전까지 상대를 압도했으니 실점의 타격은 더욱 치명적이었다. 다급해졌고, 시야가 좁아졌다. 벨 감독이 경기 후 이례적으로 대노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으로선 좋았던 모습들을 계속 이어가면서, 동시에 이 단점을 빨리 보완해야 한다. 한국은 2022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에 나선다. 같은 조에 속한 일본을 포함, 호주와 중국 등 아시아 강호들 틈에서 5위 안에 들어야 월드컵에 나갈 수 있다. 강호들을 상대로는 이와 같은 연속 실점이 나오면 더 곤란하다.

실점으로 말미암아 내주지 않아도 될 연속 실점까지 연달아 나온다면, 뉴질랜드전처럼 이를 회복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목표했던 월드컵에 나선 뒤에도 마찬가지다. 한 골을 내준 뒤 이전까지의 좋았던 흐름을 잃어버리는 한계를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지난 월드컵의 3전 전패 아쉬움을 씻으려면 더욱 그래야 한다.

대한민국 여자축구대표팀 여민지가 30일 오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뉴질랜드의 친선경기 2차전에서 수비수와 치열한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2021.11.3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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