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외교원장 "北미사일 발사 문제 삼지 않는 게 북핵 해결에 도움"

김현 특파원 2021. 12. 1.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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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들과 간담회서 언급.."우리도 SLBM 등 미사일 개발"
"한미연합훈련 하더라도 '반격 훈련'은 생략하는 게 좋아"
고유환 통일연구원장과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 뉴스1(워싱턴특파원단 제공)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은 30일(현지시간) 북핵 및 미사일 시험발사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우리와 상응하는 정도 사거리의 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때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그랬듯이, 그것을 인정해 준다는 게 아니라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게 한반도 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라고 주장했다.

홍 원장은 이날 오전 워싱턴DC 윌러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북한이) 500㎞ 미사일을 발사하면 우리에게 당연히 위협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한 뒤 “우리도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미사일을 개발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상호 안보라는 관점에서 우리도 개발하고 있는 미사일 사거리 수준이라면 우리가 그것을 먼저 앞장서 나설 필요는 없겠다”면서 “그것이 안보 위협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하나 하나 문제삼다 보면 협상 자체 안 되니 협상을 하기 위해 상호안보 관점에서 우리도 개발하는 것 정도는 크게 문제 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홍 원장은 또 “만약 내년까지 종전선언이 안 되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내년에 위기가 올 것”이라며 “만약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내년 4월부터 10월까지 굉장히 위험한 시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만약 (북핵 관련) 협상이 된다면 내년 봄에 대규모로 하는 한미연합훈련을 협상 중엔 유예하겠다는 게 전제돼야 한다”면서 “물론 협상이 안 되면 (한미연합훈련은) 그래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미훈련을 하더라도 1부 훈련은 방어 훈련이고 2부는 반격 훈련인데, 북한 입장에서 보면 2부 훈련은 북한을 점령하는 내용이 있어서 굉장히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북한이 핵을 사실상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북한으로 올라간다는 것은 북한이 핵을 사용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하지 못할 것을 훈련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2부 훈련은 생략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홍 원장은 종전선언과 관련해선 “종전선언은 미국이 북한에게 성실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이것을 자꾸 지연하고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북핵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이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가 합의를 봐서 북한에게 공동으로 제안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선뜻 받을지도 모르는데, 한미가 자꾸 시간을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홍 원장은 북핵 문제 협상과 관련해선 “최소한 톱다운 방식과 바텀업 방식을 병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 정도가 되지 않으면 북핵 문제는 협상이 되더라도 타결되기 매우 어렵다”며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간의 회담이 되지 않으면 큰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대북제재에 대해선 “(대북)제재가 사실 북한에게 벌을 주는 의미도 있지만 북한의 행동을 바로잡고 북한이 핵문제에 있어 국제사회의 여망에 부응하도록 만드는 게 목적”이라며 “지금은 벌주는 것 하나만 남았고, 오히려 북한은 대북 제제를 대북 적대시 정책의 상징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명분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북 제재가) 북한이 정상국가로 가게 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 측면이 강하다”며 “제재 완화를 좀 완화시켜주는 방향으로 가면서 비핵화를 촉진하는 진정한 목적을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다만 “(대북 제재를) 그냥 완화시켜 주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다시 제재를 가하는 스냅백(제재 복원) 제도를 통해서 해주겠다는 정도로 해줘야 북핵 문제가 진정 해결 국면으로 진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종전선언의 기본적 의미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체면이 크게 상해서 자기 지도자적 위상이 손상됐는데 김 비서의 체면을 세워 (다시) 대화 테이블로 나오게 하는 의미”라면서 “그렇게 파급효과를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홍 원장은 앞서 우드로윌슨 센터에서 개최한 북미 관계 관련 세미나에서 소련에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있어 냉전 종식이 가능했다고 평가하면서 “지금은 김 총비서를 고르바초프로 만들어야 한다”며 “김 총비서가 고르바초프가 되려고 나섰는데 우리가 오히려 스탈린이 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그는 “북한에게 진정으로 핵을 포기할 기회를 줘야 하는데, 북한에게 핵을 포기할 기회를 줬느냐. 우리가 그 기회를 박탈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관용있게 전향적으로 생각해서 북한에게 핵을 포기할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종전선언에 대해 “일부에선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정부가 ‘무슨 드라마틱한 쇼를 하려느냐’라는 비판도 있는 것으로 알지만 전략의 관점에서 보면 한반도에 작동 가능하고 지속가능한 매커니즘을 만드는 게 정부의 정치적 차원의 목적이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한 전략의 하나이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한 어젠다”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지금이 좋은 타이밍인가 물어본다면 합의와 실천동력이 만들어지면 그것 자체가 좋은 타이밍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종전선언은 (북미간) 장기교착이 이뤄지면 평화-비핵화 교환 프로세스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인식 속에 대화로 가기 위한 하나의 돌파구”라며 “종전선언 이후에도 평화협정으로 가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1992년 한중수교 모델을 적용해서 바로 관계정상화나 수교를 추진하면서 비핵화를 추동해 내는 방식을 생각해 볼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고 원장은 “미국도 북한에 관여해서 대중국 전략으로 활용하는 측면을 심각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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