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엡스타인의 조종사 "클린턴·트럼프·앤드루 왕자 태웠다"
빌 게이츠, 바클레이 CEO 등도 친분 구설
미국 10대 소녀 수십명에 성범죄를 저지른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전용기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 등 세계적 명사들이 탑승했다는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다.
뉴욕 맨해튼 연방지법에선 지난 29일부터 엡스타인의 옛 연인이자 그의 성범죄 시스템을 조직·총괄한 영국 출신 길레인 맥스웰(59)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다. 맥스웰은 저소득층 가정의 백인 10대 소녀들에게 “모델 시켜주겠다” “대학에 보내주겠다”며 접근해 엡스타인의 저택과 각지의 별장으로 유인, 수년씩 엡스타인의 성노리개로 이용해왔다는 혐의를 받는다. 엡스타인이 사망한 상태라 이 희대의 성범죄 사건의 주범은 사실상 맥스웰로 좁혀져있다.
재판 둘째날인 30일엔 엡스타인 밑에서 30년 가까이 일한 그의 전용기 조종사 로렌스 비소스키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그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비행기에 몇 차례 탄 적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실제 클린턴 전 대통령은 퇴임 후인 2000년대 초 해외에 엡스타인과 네 차례 이상 그의 전용기로 다닌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비소스키는 앤드루 왕자의 탑승에 대해서도 “기억한다”고 했다. 앤드루 왕자 역시 엡스타인의 성범죄 피해자 중 한 명을 감싸안은 채 런던 모처에서 찍은 사진이 공개돼있다.
비소스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탄 적 있느냐”는 질문엔 “한 번 이상 탔다”고 했으며, “트럼프가 가족과 함께 탔느냐”는 질문엔 “그건 기억 나지 않지만 트럼프가 탔던 건 분명히 기억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사업가 시절 뉴욕의 명사인 엡스타인이 주최한 파티 등에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참석한 사실이 확인됐으며, 당시 언론 인터뷰 등에서 “엡스타인 주변엔 항상 어리고 아름다운 여성들이 있다”고 말했다.
엡스타인은 뉴욕의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억만장자로, 2000년대 초 최소 20여명의 미성년자 소녀들을 수년씩 성노예로 부렸으며, 정·재계와 문화계, 학계의 유명 인사들에게 성접대를 하며 인맥을 관리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엡스타인은 맨해튼 교도소 수감 중 2019년 재판이 시작되기 전 사망했으며 자살로 추정됐다.
엡스타인은 전용기에 유력 인사 등을 태워 자신의 휴양지 별장이나 해외로 함께 외유를 다녔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인사들이 엡스타인으로부터 성접대를 받거나 엡스타인의 성범죄를 알고도 그와 친분을 유지했을 것이란 의혹을 받고 있다. 이른바 ‘엡스타인 리스트’를 두고 검찰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엡스타인 연루설에 휩싸인 영국 금융사 바클레이즈의 제스 스테일리 최고경영자도 이달 초 사퇴했다. 불똥이 어디까지 튀느냐가 현 영미 사회의 큰 화두다.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도 엡스타인과의 친분이 주로 문제시돼 부인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와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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