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아파치대대·포병본부 이젠 상시 주둔한다
미국 국방부가 중국과 북한을 억지하기 위해 공격용 헬리콥터 대대와 포병대 본부를 한국에 상시 배치하기로 했다고 29일(현지 시각) 밝혔다. 2021년도 ‘해외 주둔 재배치 검토(Global Posture Review·GPR)’ 결과에 따라 지금까지 주한 미군에 순환 배치하던 아파치 헬기 대대를 상시 배치로 전환하고, 미국 워싱턴주에 있던 미 육군 2사단의 포병대 본부도 한국에 두기로 했다는 것이다. 주한 미군 병력 자체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중국을 겨냥한 미국 국방 전략의 변화를 가늠할 신호로 여겨진다. 이날 미 국방부는 오스틴 장관이 2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과 “중국이 계속 역내에서 야기하는 도전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 2월 초부터 전 세계 미군의 배치를 재검토하는 GPR을 진행해 왔다. 마라 칼린 국방부 정책부차관 대행은 약 10개월간의 검토 결과를 발표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추격해 오는 도전(pacing challenge)’에 주목해야 한다는 오스틴 장관의 강조에 따라 진행한 GPR의 최우선 지역은 인도·태평양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잠재적 군사 공격과 북한의 위협을 억지하고 역내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계획을 진전시키기 위해 역내 동맹·파트너들과 추가적 협력이 절실하다”며 호주와 한국 두 나라를 구체적 사례로 언급했다. 오스틴 장관이 이번 검토 결과를 보고 호주 내 군사 인프라 강화와 미군 전투기의 호주 순환 배치를 결정하고, 한국에 공격용 헬기 대대와 포병대 본부를 상시 배치하도록 승인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 본토 워싱턴주 루이스-매코드 합동기지에 있던 제2보병사단의 포병대 본부는 이미 지난 9월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로 이전했다. 호주와 괌, 북마리아나제도 등에 있는 수송시설, 연료 및 군수품 저장시설, 비행장 시설 개선도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 억제 공약과 관련한 질문에 칼린 부차관 대행은 “바꿔야 할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다. 문제가 많고 무책임한 북한의 행동에 대해 우리는 계속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핵우산 제공에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 “주한미군의 태세는 굳건하고 효율적이라고 본다. 스마트한 태세”라며 “발표할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의 규모도 당분간 현행 2만8500명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현재 미 국방부가 국방전략검토(NDS), 핵태세검토(NPR), 미사일방어검토(NDR) 등을 진행하고 있어 이런 정책 검토가 주한미군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미 군사 전문 매체 ‘밀리터리 타임스’는 “인도·태평양 사령부의 동향과 관련해 당국자들은 (GPR의) 어떤 결론이나 권고도 확인해주지 않았다”며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최근 몇 년간 일본과 한국의 대규모 병력처럼 ‘고정된 장소의 고정된 기지’에 덜 집중하는 태세를 모색해 보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말해왔다”고 보도했다.
별도의 브리핑에서 미 국방부 당국자는 언론에 “인도·태평양에서의 전투 태세 개선과 활동 증가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세계 다른 전구에서의 병력 숫자와 장비를 감축하라”는 지침도 GPR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전 세계 미군의 배치에 “주요한 변화는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바이든 행정부가 직면한 복잡한 안보 상황을 반영한다”며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히 철수했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중국에, 유럽에서는 러시아에 대응해야 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9만~10만 명의 대군을 배치해 놓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유럽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유럽 주둔 미군을 다른 곳으로 돌릴 여력이 없는 것이다. 이란의 핵 개발, 이라크·시리아의 혼란으로 중동의 미군 병력 감축도 쉽지 않다. 아프간 철군 이후 이슬람국가(IS) 등 테러 단체들의 세력이 재건되면서 대테러 역량도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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