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포은 정몽주의 연애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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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교류의 패턴이 변하고 있다. 비대면 수업은 이제 일상이 됐다. 가상세계에서 만난 이들과 게임을 즐기며, 웬만한 소식과 안부는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로 전달하는 요즈음, 가끔은 직접 쓴 쪽지나 손편지의 질감과 정겨움이 그리울 때가 있다. ‘찌개 데워먹어’라는 엄마의 쪽지, ‘잘 지내니?’라고 시작하는 친구의 그림엽서, ‘보고 싶다’를 빙빙 돌려 표현한 수줍은 연애편지 같은 것들이. 봉투에 마음도 함께 담아 보내는 그 과정이, 때로는 참 그립다.
‘구름은 모였다 흩어지고 달은 찼다 이지러지지만, 첩의 마음은 항상 변치 않습니다/ 봉하였다가 다시 열어 한마디 더하노니, 세상에서 병 많은 것이 상사병이라지요.’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에 대조해 변치 않을 단심(丹心)을 맹세한 이 연서의 작자는 아홉 살의 정몽주. 아니, 군역 나간 남편에게 보낼 편지를 도련님 앞에 부탁한 외가의 여종이다. 그리움과 괴로움은 종이 한 장 차이. 지아비를 그리는 여인의 애상(愛想)은 감성 천재 소년 정몽주의 붓끝을 거쳐 애틋한 연애편지로 재탄생되었다.
‘흐르는 물 어찌 그리도 급히 가버리는지, 이 깊은 궁궐은 종일토록 한가한데/ 남몰래 붉은 잎에 넌지시 말하노니, 잘 흘러가 누구에게라도 전달됐으면.’
당나라 말기의 궁녀 한씨가 구중궁궐 외로운 처지를 적어 냇물에 띄워 보낸 나뭇잎 편지다. 자신의 간절함이 누군가에게 닿기를 소망하며 보낸 수취인 불명의 이 편지는, 그래서 누구라도 그 운명의 수취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였을까? 이 나뭇잎 편지는 우연히 우우(于祐)라는 남자의 손에 들어가고, 10년 후 두 사람은 운명 같은 사랑을 이뤘다고 한다. 이 낭만적인 사연은 ‘붉은[紅] 나뭇잎[葉]은 훌륭한[良] 중매자[媒]’라는 ‘홍엽양매(紅葉良媒)’의 고사로 전해지고 있다.
사람[人]의 말[言]을 의미하는 ‘믿을 신(信)’ 자는 서신, 즉 편지를 뜻하기도 한다. 여기서 사람의 말이란, 수줍어 못다 한 말과 나누고픈 정서와 전해야 할 진심일 테다. 그 말을 전하기 위해 더 추워지기 전에 그리운 이를 떠올리며 펜을 들어볼 참이다.
※12월 일사일언은 이영숙씨와 이보현 ‘귀촌하는 법’ 저자, 주장훈 스포츠칼럼니스트·'스포츠도 덕후시대’ 저자, 황바울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자, 장보영 트레일 러너·'아무튼,산’ 저자가 번갈아 집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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