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신남방정책, 민간 경험 수용하자
미래 향한 협력 주춧돌 마련
외교정책 단기 평가는 금물
정권 떠나 지속적 추진 필요
내년 3월 선거를 앞둔 대선 후보들의 발걸음이 겨울 초입을 달구고 있다. 후보들은 한·미동맹, 북핵 문제 등 외교현안에도 점차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공방은 거세지고, 과장은 넘쳐날 것이다. 외교정책의 일부 사안에라도 합일 지점은 없는 것일까.
치밀하게 신남방정책을 살펴본 세계일보 구성원의 입장에서 이 정책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정부, 학계, 산업계 등에 포진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궁금했다.
외교 업무를 총괄해 살펴보다시피하는 고위공무원의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그가 보기에 종전선언, 한·미동맹, 한·일관계 등 문재인정부 임기 말 외교 열쇳말은 여럿이다. 정부의 임기가 6개월 남은 상황이어서 이런 현안에 대한 우리 측의 의지는 상대 측에 비해 강하다. 신남방정책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우리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사이의 의견은 정권연장이나 교체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이 분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정책의 방향은 훌륭하지만, 실천 과정에서 구체성이 결여됐다는 것이다. 사례는 나열이 가능할 정도다. 가령 차관급으로 격상한 신남방대사의 대선 캠프 합류 소식, 아세안의 다양성을 생각하지 않은 금융협력센터 건립, 현장 전문가 활용 미흡 등이다.
한 중견 학자는 단기적 측면에서 신남방정책 성패를 논하기에는 애매하다고 했다. 오랜 기간 지켜봐야 할 외교 정책의 성공 여부를 단기간에 평가하기는 힘들다는 측면에서다. 외교적 지형 다각화는 짧은 기간에 성과를 내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장기적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이 정책은 한국 외교의 변화를 향한 확실한 주춧돌을 세웠다고 할 수 있다. 한국과 동남아 양측 모두 상대에 대한 인식 전환의 분수령을 신남방정책을 통해 마련했다는 이야기다. 한국은 외교 파트너로 제법 훌륭한 상대가 동남아에 있다는 것을, 아세안은 한국이 그들과 파트너가 되려는 진지한 시도를 한다는 점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상대에 대한 온전한 인식은 학문 공간에서도, 현실 세계에서도 중요하다. TV의 숱한 여행 프로그램을 떠올려보자. 대개의 경우 서양 관련 프로그램은 미술과 음악 등 문화에서 여행의 의미를 찾는다. 동남아 관련은 종교와 자연 등에서 여행의 의미를 찾는다. 비판을 하면서도 우리 안에 뿌리내린 명백한 오리엔탈리즘(동양에 대한 서양의 왜곡된 인식과 태도)이 표출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신남방정책은 동남아를 향한 우리의 왜곡을 걷어내고 있다.
그래서다. 신남방정책 구현은 외교지형 확대가 맞다. 정부를 달리하더라도 뚜벅뚜벅 추진돼야 할 훌륭한 정책이다. 한반도 문제에도 남북 모두와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있는 신남방국가들이 우리에게 특출한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단기적 평가와는 별개로, 2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이 아세안 지역에서 진행됐다는 점만 해도 그렇다.
신남방정책은 대선을 계기로 오히려 거듭나야 한다. 여당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면 인재를 적재적소에 활용해 명실상부한 버전2를 선보일 수 있고, 정권이 교체되면 그간의 한계로 지적됐던 부문에 변화를 줄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민간의 역량과 전문가들의 제언을 적극 활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세계일보도 세계아세안포럼의 내실을 기하며 우리 정부의 외교 다변화 현장을 기록할 것이다.
박종현 외교안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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