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전 온두라스 영부인, 첫 여성 대통령되나

김지원 기자 2021. 11. 30.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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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했던 前영부인 카스트로
2013년 이어 두번째 대선 출마
反부패 내세워 20%p 앞서
28일(현지 시각) 온두라스 테구시갈로아에서 대통령 후보 시오마라 카스트로(62)가 자신이 앞서고 있다는 개표 초반 상황이 발표되자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28일 치러진 온두라스 대통령 선거에서 대통령 부인 출신 시오마라 카스트로(62)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졌다. 카스트로는 2009년 남편 마누엘 셀라야 전 온두라스 대통령이 쿠데타로 축출된 이후 12년 만에 대통령궁 귀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카스트로가 당선되면 온두라스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된다.

지난 29일(현지 시각) CNN·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이날 51% 진행된 대선 개표에서 카스트로가 55.61%를 득표하며 여당 후보인 나스리 아스푸라 테구시갈파 시장을 20%p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큰 격차가 유지되자 카스트로는 일찌감치 승리를 선언, “평화와 정의의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카스트로는 2006년 셀라야 전 대통령이 중도우파 자유당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되자 대통령 부인이 됐다. 대통령 부인 시절에는 여성 분야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셀라야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좌파로 노선을 바꾸고 2009년 집권 연장을 위한 개헌 국민투표를 추진하다 축출되자, 본격적으로 정치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 28일(현지 시각) 실시된 온두라스 대선에서 당선이 거의 확실시되는 시오마라 카스트로(가운데) 자유재건당 후보가 중간 개표 현황을 확인한 뒤‘V’자를 그려 보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그녀의 대선 출마는 이번이 두 번째다. 망명했다 귀국한 셀라야 전 대통령이 좌파 정당인 자유재건당을 창당하자 카스트로가 2013년 대통령 후보, 2017년에는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카스트로는 이번 대선에 출마하며 ‘부패와의 전쟁’을 전면에 내걸었다. 그는 12년간 집권 중인 국민당의 부패, 마약 범죄 등을 비판하며 유엔의 지원을 받는 반부패위원회 설치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현재 온두라스에서는 국민당 출신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대통령이 마약 밀매 범죄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많은 사람이 카스트로가 온두라스를 가난과 자포자기 상태로 몰아넣은 광범위한 부패와 조직 범죄를 바로잡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온두라스 대통령 선거 결과는 중국, 대만 관계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온두라스는 대만과 수교하는 15국 중 하나다. 카스트로는 집권 시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수립하겠다는 입장을 언급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카스트로가 중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한다면, 온두라스와 대만의 오랜 외교 동맹이 끝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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