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크리스마스의 전령 '호두 왕자'

선명수 기자 2021. 11. 30.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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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립·유니버설 등 대표 발레단
2년 만에 ‘호두까기 인형’ 재개
부산·대전·서울 등 각지서 공연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의 한 장면. 국립발레단 제공

크리스마스의 전령사, ‘호두 왕자’가 2년 만에 돌아온다. 국내 주요 발레단이 매년 연말 공연계를 평정해온 발레 <호두까기 인형>으로 다시 관객과 만난다. 수십년째 연말엔 ‘호두만 까느냐’는 말이 나올 법도 하지만, 막상 놓치면 아까운 것이 바로 한겨울 동화적 낭만으로 가득 찬 이 공연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각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공연이 모두 취소됐던 터라 올해 티켓 구하기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2년 만에 돌아온 공연인 만큼 벌써부터 관객 관심도 뜨겁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무용 분야 예매 상황판을 보면 지난 한 달간(10월30일~11월29일) 1위부터 9위까지 모두 <호두까기 인형>이 차지했다. 양대 발레단은 연말을 한 달여 앞두고 전국 주요 도시에서 순회 공연을 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은 11월26일 천안을 시작으로 고양·대전을 찍고 12월18~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한다. 국립발레단은 12월1일 부산을 시작으로 대구·전주에 이어 14~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

광주에선 전국 유일의 시립 발레단인 광주시립발레단이 12월23~26일 호두를 깐다. 와이즈발레단(경기 오산, 충남 당진)과 서울발레시어터(경기 광주)도 각각 <호두까기 인형>을 무대에 올린다.

차이콥스키와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탄생시킨 <호두까기 인형>은 1892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황실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129년 동안 사랑받은 ‘3대 발레 명작’ 중 하나다. 프티파 버전의 초연은 흥행 실패는 물론 당시 비평가들에게 “발레 장르를 후퇴시켰다”는 혹평을 받으며 말 그대로 ‘폭망’했는데, 이후 여러 안무가에 의해 다양한 버전으로 재창작되면서 연말연시를 대표하는 공연으로 자리 잡았다.

일찍 시작된 ‘매진 행렬’에 티켓 구하기가 쉽진 않지만, 다양한 버전이 있는 만큼 각 발레단의 작품을 비교하면서 감상하는 것도 <호두까기 인형>을 즐기는 방법이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에 소녀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호두까기 인형과 환상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는 같지만, 세부적인 안무나 무대에선 차이가 있다. 주인공 소녀의 이름도 ‘마리’(국립발레단)와 ‘클라라’(유니버설발레단)로 다르다.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1966년 재안무한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버전을 택한 국립발레단의 공연은 웅장한 무대와 화려한 테크닉이 특징이다.

국내에서 가장 긴 <호두까기 인형> 공연 역사(1986년 초연)를 자랑하는 유니버설발레단은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바실리 바이노넨 버전을 기반으로 유니버설발레단의 3대 예술감독을 지낸 로이 토비아스와 유병헌 현 예술감독의 각색 버전을 선보인다. 동화적이면서 환상적인 분위기가 두드러진 공연으로, 다른 버전과 달리 1막에선 아역 무용수가, 1막 후반부터는 마법으로 성장한 성인 무용수가 ‘클라라’로 등장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호두까기 인형>은 매년 발레단의 차세대 스타를 미리 만나볼 수 있는 공연이기도 하다. 간판급 수석 무용수들이 총출동한 국립발레단은 총 11쌍의 커플이 ‘마리’와 ‘왕자’로 나선다. 올해 <해적> 공연으로 호평받은 발레리노 김명규A와 곽동현이 새로운 왕자로 데뷔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지난달 수석무용수로 영입한 헝가리 국립발레단 출신 부부 무용수인 엘리자베타 체프라소바와 드미트리 디아츠코프가 국내 첫 데뷔 무대를 갖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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