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의 노력만으로는 100% 사고 예방 어려워..사람의 실수 막는 디지털화로 보완 추세
[경향신문]
우주 시대가 본격화한 1950년대 말. 미국은 우주에서도 영양을 보존하면서 건강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완전무결한 식품’ 개발에 나선다.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기준)의 시작이었다. ‘해썹’은 식품의 원재료부터 제조·가공·조리·유통까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위해요소를 분석(Hazard Analysis)하고, 위해요소를 예방·제거·감소시킬 수 있는 공정이나 단계를 중점 관리(Critical Control Point)하는 사전예방적 관리시스템이다.
국내에서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 권고에 따라 1995년 도입됐다. 정부는 2006년부터 식품·축산물 가공품 대상으로 유형별·업종별로 단계적으로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식품은 어묵·냉동수산식품·냉동식품·배추김치·순대 등 전체 210개 유형 중 16개 유형이, 축산물은 유가공업·식육가공업 등 전체 12개 업종 중 4개 업종이 의무적용 대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4월 ‘해썹 2.0’이라 불리는 ‘스마트 해썹’ 제도를 도입했다. 현재 국내 해썹 인증 가공품을 생산하는 식품·축산물 업체는 1만3640곳으로 25년 만에 양적·질적 성장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해썹 인증을 받은 업체에서도 잇따라 식품위생법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식약처는 지난 9월30일~10월1일 던킨도너츠 공장 4곳을 불시 점검해 ‘해썹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대체로 제조설비 세척·소독, 이물관리가 미흡하고 일부 공장에선 냉장시설 온도기록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식약처는 지난 11월2~3일 순대 등을 제조하는 한 식품업체에 대해 점검한 결과 세척·소독, 방충 등의 항목이 해썹 평가상 미흡해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식약처·한국식품안전인증관리원에 따르면 해썹 인증은 최초 인증을 받은 후 3년마다 연장심사를 받아야 하고, 매년 불시평가도 이뤄진다. 식약처는 2015년 ‘즉시인증취소제’를 도입했고, 2019년 불시 조사·평가 근거도 마련했다. 해썹 부적합 판정을 받은 의무적용 대상 업체의 경우, 시설 정비 후 재평가가 이뤄질 때까지 공장 가동이 어려워진다. 업계 입장에선 매우 ‘강력한 규제’인데도 해썹은 현장 운영자·작업자가 주요 공정의 항목들을 점검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식품안전사고를 100% 예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고의적인 관리 부실이 아니더라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부주의나 실수에 의한 사고가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의 식품안전 사고와 관련해 김중범 순천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식품안전사고로 가장 많은 게 여전히 금속이나 머리카락 등 ‘이물’이라고 한다. 결국 해썹은 업체·운영자가 책임감 있게 준수해야 잘 굴러가는 제도”라며 “식품업체도 굉장히 노력하고 있지만, 사전예방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관리감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게 ‘스마트 해썹’이다. 김 교수는 “스마트 해썹은 해외에서 찾아보기 힘든, 국내에서 선제적으로 도입한 제도”라며 “센서를 활용해 자동적으로 수집하고 컴퓨터가 정보를 실시간으로 쌓아놓기 때문에 사람의 실수·부주의에 의한 사고를 막고, 데이터의 위·변조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스마트 해썹은 기초·중간·고도화 단계로 가는데, 고도화로 가면 빅데이터로 정보를 분석해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실질적 사전예방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고도화 단계로 가기까지 해썹 의무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식품안전관리사 제도 도입 등 전문인력을 키워 현장배치 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도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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