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남편? 안 돼" 힌두 민족주의 거센 인도
[경향신문]
집권당, ‘러브 지하드’ 운운
대놓고 폭행…청부살인까지
배우자 종교로 개종 금지법도
지난 9월 인도에서 한 남성이 토막난 시신으로 발견됐다. 남성의 이름은 아르바즈 물라. 이슬람교도인 그는 힌두교 여성과 2년째 연애 중이었다. 물라를 죽인 사람들은 둘의 교제를 반대한 여자친구의 부모가 고용한 사람들이었다.
AP통신은 29일(현지시간) 최근 인도에서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 간 결혼을 반대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속한 인도인민당(BJP)이 집권하고 힌두 민족주의가 힘을 얻으면서다. 힌두 민족주의자들은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 간 결혼은 힌두교인의 이슬람교 개종으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이들은 이를 ‘러브 지하드’라 부르며 사회에 대한 위협으로 여긴다.
하지만 ‘러브 지하드’는 근거가 빈약한 음모론에 가깝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9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파키스탄이 독립한 1947년 이래로 인도의 종교 분포도는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현재 인도에선 힌두교를 믿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약 80%에 달한다. 그 뒤를 잇는 이슬람교도는 14%다. 인도에서 두 번째로 비중이 큰 종교라 해도 힌두교의 5분의 1도 안 된다.
인도에서 타 종교 간 결혼이 원칙적으로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 결혼으로 이어지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하다. 결혼하고자 하는 커플은 주정부에 결혼신고를 한 뒤 조정기간을 가져야 하며 이때 누구든지 결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배우자를 선택할 자유를 옹호하는 단체 ‘다나크’의 공동 창시자인 아시프 이크발은 “인도에서 가족이나 이웃이 반대하면 그 지역에선 결혼할 수가 없다. 무조건 다른 주로 이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BJP가 집권한 주에선 타 종교 간 결혼을 법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까지 최근 일고 있다. 인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주인 우타르프라데시주는 지난해 11월 신랑이나 신부가 배우자의 종교로 개종하는 것을 막는 법을 최초로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르면 부부의 개종이 강요에 따라 이뤄졌는지 판단하는 것은 주정부의 몫이다. BJP가 집권하는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규제법이 속속들이 도입됐다고 AP는 전했다.
일명 ‘러브 지하드’법이 도입된 뒤 힌두 민족주의자들의 기세는 등등해졌다. 힌두 민족주의 집단 ‘마하사바’는 다른 종교를 가진 커플이 결혼한다는 제보를 받으면 경찰에 이를 알리거나, 직접 결혼을 방해하기도 했다.
활동가들은 타 종교 간 결혼을 막는 힌두 민족주의자들의 입김이 폭력으로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공원에서 같이 손을 잡고 있었다는 이유로 얻어맞을 정도로 적대적인 분위기가 만연해졌으며 심하면 물라처럼 살해당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문기의 추석 선물’ ‘딸에게 보낸 동영상’···이재명 ‘선거법 위반’ 판결문
- 조국 “민주주의 논쟁에 허위 있을 수도···정치생명 끊을 일인가”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사라진 돌잔치 대신인가?…‘젠더리빌’ 파티 유행
- “민심의 법정서 이재명은 무죄”···민주당 연석회의 열고 비상행동 나서
- 40대부터 매일 160분 걷는 데 투자하면···수명은 얼마나 늘어날까?
- 드라마인가, 공연인가…안방의 눈과 귀 사로잡은 ‘정년이’
- 중학생 시절 축구부 후배 다치게 했다가···성인 돼 형사처벌
- 은반 위 울려퍼진 섬뜩한 “무궁화꽃이~”···‘오징어게임’ 피겨 연기로 그랑프리 쇼트 2위
- ‘신의 인플루언서’ MZ세대 최초의 성인···유해 일부 한국에 기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