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애완곤충 키트' 주인공 된 '아기 사마귀'

이성희 기자 2021. 11. 3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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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시 전문인력 교육 통해 ‘곤충 전문가’ 양성
식량자원 등 산업화 가능성 무궁무진

사마귀는 사람과 교감할 줄 아는 곤충이다. 친해지면 손에 올려놓고 눈맞춤이 가능하고, 애교를 떨듯 춤을 추기도 한다. 직진 본능이 있어 사마귀가 가는 방향으로 손을 갖다대면 핸들링도 쉽게 할 수 있다. 장수풍뎅이·사슴벌레 등과 같은 딱정벌레류와는 확연히 다른 특성이다.

신동훈 하이밀 대표(40)가 사마귀를 애완곤충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판단한 것은 이 때문이다. 국내 애완곤충 시장을 13억~14억원 규모로 추산한다. 그러나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만 거래가 이뤄지면서 성장세가 정체돼 있다. 신 대표는 30일 “사마귀는 ‘곤충의 왕’이다. 로봇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충분히 좋아할 매력적인 곤충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개발한 ‘사마귀 키우기’ 키트는 지난 9월 말부터 판매가 시작됐다. 출시 2개월 만에 판매량은 5배로 늘었다.

신 대표는 단백질 원료 수입업을 했다. 그의 인생이 달라진 건 서울시 농업기술센터가 운영하는 ‘곤충산업 전문인력 양성교육’ 과정을 이수하면서다. 5월부터 10월까지 총 102시간에 이르는 곤충이론·실습교육 및 현장견학 프로그램을 거치면서 신 대표는 ‘곤충 전문가’가 됐다.

그가 개발·판매하는 사마귀 키우기 키트는 기존에는 없던 제품이다. 사마귀는 포식성 곤충이어서 매일 살아있는 먹이를 줘야 해 사육하기 까다로웠다. 이에 사마귀 먹이용 밀웜을 사육할 수 있는 장치를 발명해 사육 환경을 편리하게 만들었다. 다만 사마귀에 대한 선입견이 문제였다. 실제로 7월 열린 대한민국 애완곤충경진대회에서 한 심사위원은 신 대표가 출품한 사마귀 키우기 키트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사마귀는 징그럽다, 싫다, 무섭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기 사마귀, 1령이나 2령을 팔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면 상품성이 나오겠다”고 조언했다.

신 대표는 바로 아기 사마귀 확보에 나섰다. 사육 키트 개선 작업도 병행했다. 신 대표가 개발한 키트는 대형 사육통에 사마귀 유충과 먹이인 밀웜, 밀웜 먹이인 곡물이 모두 들어 있다. 소비자들은 “탈피하고 얼굴이 커진 우리 마귀 보면서 오늘 하루도 힘내봅니다” “애들이 너무 좋아해요. 잘 키워볼게요” 등의 후기를 남기고 있다.

그는 “교육을 받기 전에는 곤충은 그저 벌레였다”며 “(곤충을) 농축시키면 단백질 소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배우기 시작했는데, 교육을 받으면서 사업 아이템은 물론 사업자 등록과 시제품 출시까지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곤충산업 전문인력 양성교육은 곤충산업의 저변 확대와 정착을 위해 서울시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곤충은 최근 기후변화와 급변하는 농업환경에 대응하는 새로운 식량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트레스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치유하는 반려동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시대 흐름을 반영하듯 이준형 서울시의원이 ‘서울특별시 곤충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발의했고 7월 제정됐다.

서울시가 최근 공개한 ‘서울형 곤충산업 활성화’ 연구 용역보고서를 보면 곤충산업은 농식품(천적·화분 매개·사료·식품), 체험(애완·교육·예술관광), 융복합(생명공학) 등을 포함한다. 국내 곤충산업 규모는 2018년 기준 2590억원 수준이며, 2030년까지 6309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서울이 높은 인구수와 인구밀도를 지닌 큰 소비시장이라는 점을 들어 곤충산업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유휴지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서울형 곤충산업은 치유·애완·학습용 및 식용 곤충 분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곤충 사육으로 정서 안정, 스트레스 감소 등 정신건강 증진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치유농업(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해 건강 회복 및 유지를 도모하는 산업) 시장을 1% 대체할 경우 370억원의 곤충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며 “식용 곤충으로 국내 간편식·고령친화식·건강기능식을 1%만 대체해도 연간 1090억원의 성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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