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잇단 '정책 철회'..실용 행보일까, 여론 영합일까

윤승민 기자 2021. 11. 30.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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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레이스 거듭될수록 커지는 '정책 리스크'

[경향신문]

악수하는 이재명·조동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가 3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조동연 서경대 교수와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이 반대하면 안 한다” 재난지원금·국토세 등 번복
내부선 “실용적” 평가…‘일관성 없는 이미지’ 우려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근 자신이 앞세운 각종 정책 구상을 번복하고 있다.

이 후보 측과 민주당은 이를 “실용주의적 행보”라고 설명하지만 유력 대선 후보로서 무책임한 태도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후보는 지난 29일 채널A 인터뷰에서 국토보유세 신설 방안에 대해 “국민들이 반대하면 안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후보는 민주당 경선 기간인 지난 7~8월 기본소득·기본주택 공약을 발표하면서 기본소득토지세라는 이름의 국토보유세 신설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불로소득을 차단하기 위해 현재 부동산 보유 실효세율인 0.17%보다 높은 세율(1.0%)을 적용한 세금을 신설한 뒤 세수는 기본소득 재원으로 쓰겠다고 한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30일 “국토보유세 신설을 ‘반대하면 안 한다’는 말은 경선 과정에서 (공론화를 거치겠다고) 밝힌 원론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지난 7월 기본소득 공약을 발표하면서 “기본소득을 1인당 연 25만원 지급하려면 증세가 필요 없다”면서도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목표세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후보는 당시 “공론화는 국민적 공감을 얻기 위한 과정이다. (공론화를 구실로) 취소하거나 바꿀 것은 아니다”라며 기본소득을 위한 증세 철회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이 후보가 국토보유세 신설에서 한발 물러선 것은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 26~2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토보유세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60.2%로 ‘공감한다’(32.4%)의 두 배 가까이 됐다. 리얼미터의 지난 22~23일 여론조사에서도 ‘국토보유세가 부동산 정책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률이 55.0%였다.

이 후보는 지난 10월29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구상을 밝혔다가 지난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 고집하지 않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자진 철회한 바 있다. 당시에도 높은 반대 여론을 의식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5~6일 실시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반대 여론이 60.1%로 찬성 32.8%보다 높았다.

이 후보는 최근 몇 차례 자신의 기존 입장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총연합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를 두고 “일방통행식 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이 후보가 지난 6월 차별금지법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한 것을 뒤집었다는 논란으로 이어졌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찬성 여론은 높으나 이를 강하게 반대하는 보수 기독교계 표심을 의식한 발언으로 비쳤다.

민주당은 이 후보의 정책 구상이나 입장 번복을 “실용적”이라 평가한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SNS에 “이재명 후보의 장점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바로 반응하는 열린 자세와 실사구시의 철학을 가졌다는 것”이라고 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고집스러운 모습보다 유연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 후보의 비호감도를 낮추는 길”이라며 “후보가 아직 국회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이해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금방 적응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여론에 따라 의견을 자주 수정하는 듯한 모습이 대선 후보로는 불안해 보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후보의 모습이 유연해 보일 수도 있는 반면 ‘일관적이지 않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은 “이재명 후보의 정부론은 여론의 지배를 민주주의라고 오해하는 것 같다”며 “대중 여론에 영합하기 위해 넘으면 안 되는 선을 넘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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