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위 20% 아파트값 9.3배.. '부동산 빈부격차' 역대 최고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빈부 격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커졌다. 상위 20% 아파트(5분위)와 하위 20% 아파트(1분위)간 가격 격차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이 매매가격으로는 9.3배, 전세가로는 7.4배 벌어졌다.

30일 KB국민은행 월간 주택시장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은 매매 9.3, 전세 7.4로 집계됐다. 2008년 12월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래 월간으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5분위 배율은 주택을 가격순으로 5등분해 상위 20% 평균 가격을 하위 20%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고가주택과 저가주택 사이의 가격 격차를 나타내는 것으로, 배율이 높을수록 양극화가 심하다는 뜻이다.

이달 전국 1분위 아파트값은 평균 1억2575만원으로 전달보다 257만원 떨어졌지만, 5분위 아파트값은 평균 11억6743만원으로 6136만원 올랐다. 같은 기간 전셋값은 1분위 아파트가 123만원 오르는 데 그쳐 평균 8835만원이었으나, 5분위 전세값은 2891만원 상승해 평균 6억5082만원에 달했다.

주택 양극화 현상은 지방을 중심으로 가속화하고 있다. 매매의 경우 서울아파트 5분위 배율은 이달 4.1로 지난달과 같았다. 하지만 지방 5대 광역시(부산·대구·광주·울산·대전)와 기타지방은 각각 5.7, 6.5로 나타나 관련 조사 시작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인천(4.3)도 조사 시작 이래 5분위 배율이 가장 높았고, 경기도(4.2)는 역대 최고는 아니지만 지난달 대비 5분위 배율 수치가 올랐다. 전세의 경우에는 서울(3.9), 5대 광역시(4.9), 기타지방(6.2)에서 5분위 배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 영향으로 수요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더 뚜렷해진 것이 양극화를 심화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서민 주거 품질을 끌어올려 빈부 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내 집 마련 수요자는 가격이 좀 높더라도 보유 가치가 있을 경우 매입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가 계속 규제책을 내놓는 가운데 기준금리가 인상되는 등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다 보니, 수요자가 더 안전한 자산을 찾고, 이 때문에 인기 지역 쏠림 현상이 가중되면서 양극화가 심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정부가 부동산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 가격이 급등한 상급 지역을 규제할 게 아니라, 입지나 주거 품질을 높여 서민의 주거 품질을 향상시키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