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해임 무효' 받아낸 강규형 前KBS이사, 언론노조원 손배청구도 부분 승소

한기호 2021. 11. 30.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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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20일 KBS 이사회 출석중 "강규형 퇴진" 노조원들 물리력 저지
강 前이사, 간부 6명·조합원 1명에 업무방해·상해 각 1000만원 손배청구
2심서 '정신적 손해' 첫 인정..박대출 " KBS 등 관계자들·文 지금이라도 사과해야"
지난 2017년 9월20일 강규형(붉은색 원 표시) 당시 KBS 이사가 KBS 본관 내에서 정기 이사회 참석을 위해 대회의장으로 이동하던 중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KBS 본부노조 간부 및 조합원들에게 둘러싸여 이사직 퇴진 압박과 함께 진로 방해를 받다가, 이동 경로를 틀어 피신하고 있다. <강규형 전 KBS 이사 제공 채증 영상 갈무리>

강규형 전 KBS이사(현 서울시교향악단 이사장)가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KBS 이사 해임 무효 행정소송에서 이긴 데 이어, 자신을 '적폐 이사'로 규정하며 퇴출을 요구했던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KBS본부노조원들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2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3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제4-1 민사부(재판장 오연정)은 강 전 이사에게 총 1000만원 손해배상 청구 패소 판결을 내렸던 1심 판결에 대해 100만원 손배에 상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성재호 전 KBS본부노조 본부장 등 노조 간부 6명은 강 전 이사에게 공동으로 1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아울러 같은 이유로 나중에 소송이 제기된 노조원 이진성씨(전 진실과미래위원회 조사위원)에게도 강 전 이사에게 1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강 전 이사는 재임 중이던 지난 2017년 9월20일 KBS 본관 내 대회의장에서 열리는 KBS 정기 이사회에 참석하려다가, '이사회 해체' '고대영(당시 KBS 이사장) 퇴진' 등 피켓을 들고 "강규형은 퇴진하라"고 외치던 당시 KBS본부노조 70여명에게 둘러싸여 물리력으로 저지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시는 문 대통령 집권 5개월차로, 언론노조 KBS 본부의 기존 이사회 퇴진 압박이 거센 시기였다.

강 전 이사는 당시 경추부염좌 등 상해를 입고 이사회 출석 업무를 방해받았다는 이유로 성 전 본부장 등 노조 간부 6명에게 △상해로 인한 치료비 및 정신적 손해배상 △업무방해의 불법행위에 대한 정신적 손해배상 등으로 총 1000만원을 배상하란 소송을 제기했다. 강 전 이사는 같은 사건으로 언론노조 KBS본부 간부 6명을 특수상해죄 등 혐의로 고소했으나, 검찰에선 "뒤엉킨 상태로 함께 밀리면서 이동하던 중 서로 부딪혔을 수 있다"며 증거불충분 등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한 바 있다.

하지만 민사소송이 이어졌고, 1심 재판부는 KBS 본부노조의 손해배상책임을 전부 불인정했지만 이번 2심 판결은 업무방해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 "불법적인 집단행동을 기획, 지시, 지도한 노조 간부들 개인에 대해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고, 일반 조합원의 경우에도 위 집단행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결과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됐다면 그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손해에 대해서는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일부 인정했다. 강 전 이사가 소송을 제기한 지 4년여 만이다.

피고인 노조원들은 강 전 이사의 이사회 참석을 방해하기 위해 그 앞을 가로막거나 버틴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로 인한 상해의 인과관계는 부인했다. 재판부도 "원고의 경추부염좌 등의 상해의 결과와 인과관계가 인정될 만한 가격행위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검찰 판단을 인용하면서 손해배상 청구 전액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은 경험칙상 인정되므로 피고는 원고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1심과 달리 100만원 상당 정신적 손해 배상을 인정한 것이다. 강 전 이사는 KBS 정기 이사회 이동 중 자신과 동행하던 시큐리티(보안요원)의 채증 자료를 토대로 재판에 임했다고 한다. 그는 사건 당시 자신 뿐만 아니라 보안요원 상해 정황도 여론에서 크게 문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강 전 이사는 앞서 지난 2015년 9월 여당(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추천으로 KBS 이사에 임명됐다가 문재인 쟁권 출범 8개월차인 2017년 12월 임기 3년을 마치지 못하고 해임됐다. 그는 친(親)정권 성향의 언론노조로부터 '적폐 이사'로 지목돼 수개월간 사퇴 압박을 받았으며, 방송통신위원회가 2017년 12월27일 해임 건의안 제청을 강행한 다음날(28일) 문 대통령이 재가하면서 야당이 제기하던 '방송장악' 논란을 증폭하는 계기가 됐다.

이에 강 전 이사는 2018년 1월 문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 무효 행정소송을 냈고, 3년8개월여 만인 지난 9월9일 대법원 2부(민유숙 대법관)에서 심리불속행에 따른 상고 기각과 함께 "해임 처분은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하며 최종 승소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 활동 당시 방송장악 여론전에 주력했던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강 전 이사가 외로운 싸움에서 또 승리했다"며 "문 대통령을 상대로 한 해임 무효 취소 소송에 이어 두번째 사필귀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의원은 "문재인 정권이 밀어붙인 '방송 적폐청산'의 폐해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앞으로도 재판부의 사필귀정 소식은 계속 들려올 것"이라며 "강 전 이사를 무리하게 끌어내리고 명예를 훼손한 KBS와 방통위 관계자들은 지금이라도 사과하시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 문 대통령에게 "강 전 이사를 상대로 상고심까지 재판을 끌어갔지만 패소한 데 대해서도 아직 사과 한마디 없다. 정권이 바뀌면 구상권 청구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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