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저격'을 저격한다

한겨레 2021. 11. 3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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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내내 에스엔에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가 뜨겁게 들썩였다.

댄서 신의 저격 사건 때문이다.

<엠넷>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출연한 한 댄서가 예능 프로에 나와 '팝핑'(춤의 한 장르)을 '팝핀'이라고 했다는 이유로 120명이 넘는 댄서가 그를 저격한 것이다.

급기야 저격한 댄서의 아이디를 모아 리스트로 만들었고, 그들이 과거에 '팝핀'이라고 한 적 없는지 꼼꼼히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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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연의 MZ커뮤니티 보고서]

엠넷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계급별 미션에 참여한 각 크루의 리더 계급 댄서들. 엠넷 제공

[MZ커뮤니티 보고서] 이자연 | 대중문화 탐구인

지난주 내내 에스엔에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가 뜨겁게 들썩였다. 댄서 신의 저격 사건 때문이다. 요는 이렇다. <엠넷>(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출연한 한 댄서가 예능 프로에 나와 ‘팝핑’(춤의 한 장르)을 ‘팝핀’이라고 했다는 이유로 120명이 넘는 댄서가 그를 저격한 것이다.

사건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대중은 동료 간에 벌어진 사이버 불링(온라인상 괴롭힘)에 크게 분노했다. 급기야 저격한 댄서의 아이디를 모아 리스트로 만들었고, 그들이 과거에 ‘팝핀’이라고 한 적 없는지 꼼꼼히 조사했다. 어느 순간 저격한 댄서들과 저격당한 댄서의 구도가 아니라, 저격한 댄서 그리고 화난 대중의 구도로 바뀐 것이다. 그 중심에는 2030 시청자가 있었다. 2030만이 분노했던 건 아니지만 그들의 감정 표출이 눈에 띈 건 사실이다.

무엇이 2030세대를 대통합시켰을까? 위계적이고 폐쇄적인 댄서 신의 구조를 원인으로 꼽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노여움을 설명하긴 어렵다. 그보다는 엠제트(MZ)세대 특유의 관계지향적인 성향과 커뮤니티를 공론장으로 전환시킬 줄 아는 디지털 능력이 만나 화학작용을 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먼저 2030은 세대적 휴머니즘에 기반한 상호적 인간관계를 무척 중요시한다. 이들은 드라마에서건 예능에서건 적대적 관계까지 화합으로 재구성해 별도의 콘텐츠로 가공한다. 놀이 문화부터 온화한 관계에 방점을 두고 있는 셈이다. 어릴 적부터 ‘악마의 편집’이라는 백신을 맞고 자란 세대의 결과랄까. 이들은 연출자가 보여주는 대로 보지 않고, 의외의 친분을 스스로 찾아내 그 안에서 안심했다. 실제로 사람들이 ‘스우파’에 환호했던 포인트는 출연진의 친분을 찾아내는 데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돈독해지고 다정해지는 관계들. 2030은 그걸 원했다. 그러니 이들에게 120명이 넘는 동료가 한명을 비난하는 행위는 저격 이상의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2030 시청자는 이런 분노를 각 커뮤니티 문법에 맞춰 하나의 콘텐츠를 작성할 줄 알았다. 일상과 유머의 공간인 커뮤니티를 공론의 장이자 신문고로 전환해낸 것이다. 이들의 생애주기에 큰 영향을 준 환경 문제, 젠더 이슈, 불공정 채용 등 사회문제를 참지 않고 자유롭게 말해온 경험이 이들의 디지털 능력을 키운 것이다.

물론 이걸 정의라고 부르긴 어렵다. 오로지 이들만이 판단하고 이들만이 공격할 수 있다는 생각만큼 위험한 것은 없을 테니까. 사이버 불링의 해결책이 또 다른 사이버 불링이어서는 안 된다. 디지털 격동기에 선 2030세대는 다음 세대에게 어떤 레퍼런스가 될까? 우리는 성숙함이 마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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