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위기' 바이든은 왜 유독 삼성을 챙기나
10·11월 바이든 직접 주재 백악관 공급망 회의
최경식 삼성전자 북미총괄 유일하게 모두 참석
"LA·롱비치항서 화물 용량 늘리고 적체 줄였다"
판매·생산망 독보적..미, 삼성 추가 투자 요청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백악관 옆 아이젠하워 행정동 빌딩. 조 바이든 대통령의 주재로 열린 라운드테이블 행사를 위해 미국 유통업계를 주름잡는 기업인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대형 전자제품 유통체인 베스트바이의 코리 배리 최고경영자(CEO), 미국 최대 수퍼마켓 체인 크로거의 로드니 맥멀런 CEO, 세계 최대 수공예 유통체인 엣시의 조시 실버맨 CEO, 세계 최대 완구업체 마텔의 이넌 크라이츠 CEO 등이 잇따라 입장했고,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와 캐런 린치 CVS헬스 CEO는 화상으로 함께 했다. 백악관에서는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세드릭 리치먼드 선임고문이 배석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사는 전자제품 제조업체를 대표해 나온 최경식 삼성전자 북미총괄 부사장이었다. 외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했기 때문이다.
최 부사장이 눈길을 끈 이유는 또 있다. 백악관이 이날 주요 기업인들을 불러모은 건 연말 쇼핑 대목을 맞아 물류 대란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지난달 13일 미국 내 주요 항만의 공급망 대란 해소를 위해 민간기업 대표들과 머리를 맞댔던 백악관 회동의 후속 성격이었다. 지난달과 이번달 모두 백악관 회동에 나선 기업인은 최 부사장이 유일하다. 삼성전자(005930)가 외국 기업이라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백악관 회의 모두 나간 유일한 인사
이 때문에 최 부사장은 이날 바이든 정부의 정책 연속성을 인지하고 참석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백악관에 따르면 최 부사장은 “(지난달 백악관 행사에서 했던 논의에 따라) 물류 대란에 대비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LA)항과 롱비치항에서 화물 용량을 늘리고 화물 적체(backlog)를 대폭 줄였다”며 “소비자들이 연휴 시즌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을) 구매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부사장은 또 “전자제품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수요가 전례 없이 이어지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연휴 시즌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공급망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과 민간의 협력을 추진하는 데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최 부사장은 이날 행사 직후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지난달 회의처럼) 공공과 민간이 다 같이 힘을 합쳐서 이번 공급망 대란 사태를 해결하자는 논의가 주를 이뤘다”고 말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공급망에 미칠 영향까지는 이번에 다루지 않았다고 그는 전했다.
최 부사장 외에 린치 CVS헬스 CEO는 “정부가 (LA항 등의 24시간 운영 체제 가동으로) 항만의 혼잡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며 “공급망 전반에 걸친 파트너십을 활용해 처방약의 지속적인 접근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버맨 엣시 CEO는 “500만 이상의 판매자를 보유한 엣시의 커뮤니티를 대표하게 돼 자랑스럽다”며 “(공급망 대란을 극복하기 위해) 중소 판매업자들이 번창하는 환경을 만드는 걸 고려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25일 추수감사절, 26일 블랙프라이데이, 이날 사이버먼데이까지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벌였다. 또 다음달 크리스마스(25일)와 박싱데이(26일)까지 쇼핑 성수기가 이어진다. 이 기간 미국 소비 규모는 1년 전체의 20% 안팎을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때 물류에 적극 관심을 표하는 건 ‘물건이 없어서’ 소비에 차질을 빚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에서다.
이는 미국 경제가 타격을 받는 걸 넘어 자신의 정치 입지까지 좁힐 수 있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이후 최저치에 머물러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올해 추수감사절은 백신 덕에 (지난해와 달리) 매우 다른 날을 보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더 희망을 품게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초기 추산으로 블랙프라이데이 매출은 지난해보다 거의 3분의1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미 최대 리스크에…‘삼성 역할론’ 부상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삼성전자를 유독 챙기는 건 미국 전반에 걸친 판매망과 생산망이 독보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삼성전자는 뉴욕·뉴저지의 세트 판매법인(SEA)과 캘리포니아의 부품 판매법인(SSI)을 구축하고 있다. TV 생산법인(캘리포니아·SAMEX), 가전 생산법인(사우스캐롤라이나·SEHA), 반도체 생산법인(텍사스·SAS) 등도 갖추고 있다. 이외에 디자인센터와 연구소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방미(訪美)에서 백악관과 의회를 찾아 최고위급 인사들을 만나며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논의하고 추가 투자의 일환으로 파운드리 공장 건설 소식을 알린 건 그 연장선 상에 있다. 현지 한 산업계 인사는 “미국의 최대 리스크와 관련해 삼성 역할론까지 부상하는 건 주목할 만하다”며 “이는 동시에 한국의 위상과 이어지는 문제”라고 전했다.
그 기저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력이 깔려있다는 분석 역시 있다.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현 상임고문)은 최근 ‘한국반도체산업협회 30년사’ 인터뷰에서 “미국이 삼성전자와 대만 TSMC를 백악관 반도체 회의에 초대하거나, 미국 내 팹 투자를 주문하는 건 이들의 앞선 반도체 제조 능력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공급망 회동은 또 열릴 가능성이 크다. 신종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세를 지켜봐야 해서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백악관 라운드테이블 소식을 전하면서 “쇼핑 시즌이 오미크론 변이의 그림자 속에서 시작했다”고 전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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