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공정위, '교각살우' 오류 범하지 말길"(종합)

정옥주 2021. 11. 3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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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이동걸 "쌍용차 발전전략, 제3기관서 검증받아야"
"두산중공업, 재무개선 원활할 경우 MOU 종결 검토"
"HMM 경영서 손 떼야…단계적 매각 바람직"

[서울=뉴시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30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산업은행 제공) 2021.11.3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옥주 최홍 기자 = "쇠뿔을 수정하겠다고 소를 죽이면 그 이상의 피해가 어디 있겠나. 소가 살아있어야 새끼도 낳고 키우고, 가세가 늘어나지 않나. 길게, 전체를 보고 산업적 맥락에서 같이 좀 고민했으면 좋겠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30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산은 주요이슈 온라인 브리핑'에서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또 다시 공정거래위원회를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결합심사 승인이 늦어지자, 지난 9월 공정거래위원회를 향해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한 이후 두 번째다.

이 회장은 이날 기업결합 심사 지연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국내 항공산업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에도 아시아나항공은 항공 화물 시장에서 일시적인 영업이익이 발생하고 있지만 부정적인 요인 발생 시 자본잠식으로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며 "실제 올해 3분기 기준 부분 자본잠식률이 11%에 달하고, 부채 비율은 무려 3668%에 달한다. 대한항공의 인수 대금 투입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항공도 안심할 수준이 아니다"라며 "대한항공도 항공 화물사업 등 기민한 대처로 아시아나항공보다 훨씬 사정이 낫지만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이 회장은 또 "지금 전 세계 항공 산업은 국가 간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다"며 "우리나라만 이렇게 뒤처져 경쟁력을 상실하고 기업이 위험에 처한다면 공정위가 추구하는 소비자 복지 증진은 어디서 생성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교각살우(矯角殺牛)'(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의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야한다는 것이 우리의 강력한 희망"이라고 역설했다.

이 회장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간 기업결합을 반대하는 지자체와 노조, 지역 시민단체들도 비판했다. 그는 "일부 노조와 지역 시민단체들의 무분별한 반대가 과연 무엇을 위한 반대인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며 "원만한 합의를 통해 최선의 방법을 도출해야 할 텐데, 이해 당사자 간 불신이 너무 커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3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심사를 재개했으며, 심사기한을 내년 1월20일까지로 연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무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저도 개인적으론 이런 저런 전망하면서 플랜A, B, C, D까지 고민하고 있다"며 "다만 심사 중에 결과를 예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거래 성공을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하고, 무산 시에는 이해관계자와 긴밀하게 협의해 후속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쌍용자동차와 관련, 이 회장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쌍용차 발전전략을 '제3 기관'을 통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만약 제3의 기관에서 쌍용차 발전전략이 실행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다면, 에디슨모터스는 발전전략을 다시 짜거나, 자금 지원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산은은 아직 쌍용차의 발전전략을 받은 것이 없고, 기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정보를 얻고 있을 뿐"이라며 "에디슨의 사업계획 실현가능성에 많은 의구심이 제기됐고 이를 떨치기 위해서라도 에디슨의 사업계획을 제3의 기관을 통해 검증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특히 에디슨 모터스가 앞서 제시한 사업계획 등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그는 "과거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트렌드 속에서 단순히 전기차 생산에 초점을 뒀다면 지금은 사활을 걸고 자율주행, 충전시간 단축, 주행거리 연장 등 핵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며 "에디슨은 500억원 수준이면 차량 개발이 가능하고 내년 중 전기차 10종을 출시하겠단 계획인데, 실현가능한지 소비자 충족하고 매출로 연결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언할 수 없지만 의문이 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에디슨 측은 상당히 자신있어 하는 것 같지만 시장에서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공신력 있는 3기관을 통해 재무와 기술능력 등을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에디슨모터스에 대한 자금지원에도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 회장은 "에디슨 측이 법원결정 하에 쌍용차 인수를 완료하고 추가 투자를 실시한 뒤 국내 금융기관에 자금지원 요청할 것이라는 보도를 접했다"며 "아직 에디슨 측의 인수가 완료되지 않았고 어떤 공식 요청도 계획 문건도 전달받은 바 없는 만큼, 당연히 자금지원 요청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보도에 따르면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가 산은의 대출 없이도 인수 및 운영 자금 마련에 문제가 없다 했는데 그게 가능하다면 국가적으로 훨씬 바람직하다"며 "시장에서 평가받고 회생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우리 지원 없이 잘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만약 산은의 자금지원을 원한다면 지속가능한 사업계획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일각에선 충분한 담보가 있다고 말하고 에디슨 측도 강조하나 담보는 큰 의미가 없다"며 "담보는 자금지원을 보완하는 수단일 뿐, 결국 기업의 존속가능성과 회생가능성을 보고 하는 것인데 담보를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두산중공업이 진행하고 있는 재무구조 개선 결과가 계획대로 원활히 이뤄질 경우, 외부기관의 재무 진단을 거쳐 재무구조개선약정(MOU) 종결을 종합적으로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두산중공업은 차입금 감축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 1조5000억원 등의 추진계획을 전ㄷ날했다"며 "채권은행은 내년 초 완료 예정인 유상증자를 포함해 두산중공업이진행하고 있는 재무구조 개선 결과가 계획대로 원활히 이뤄질 경우 MOU 종결을 검토한 후 관련 부처와의 협의 등을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두산건설 매각은 두산중공업의 차입금 축소 등 재무구조 개선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며 "MOU 종결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대우건설 매각 본계약 체결은 다음달 중 마무리 될 예정이다. 이 회장은 "대우건설은 KDB인베스트먼트와 중흥건설간 협상이 큰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KDB인베스트먼트 관리 하에 대우건설 기업가치가 제고된 것을 의미있게 생각하며, 딜 클로징 시 산은의 성공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HMM(옛 현대상선) 단계적 지분 매각 계획과 관련해선 "아직 결정된 것이 없지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단 올해 말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공동 관리가 끝나고, 내년부터 해진공이 전담 관리하기로 돼 있다"며 "그 방안에 대해서는 지금 정부, 유관기관과 협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공동 관리도 작년 말에 끝나기로 돼 있었는데, 구조조정이 미진하고 강력하게 도와줄 필요가 있어 1년 연장했던 것"이라며 "최근 경영 상태도 굉장히 좋아졌기 때문에 우리는 손을 뗄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단계적으로 손을 떼야 하는데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지분이 70%가 넘는데 이를 모두 운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므로 매각이 쉽게 되도록 지배주주 지분만을 내놓고는 단계적으로 시장에 매각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hog888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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