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돌연 '칩거' 왜..'윤석열 선대위' 제동·쇄신요구 포석

박소연 기자 2021. 11. 3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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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일정을 전면 취소하는 초유의 결단을 내렸다. 표면적으론 최근 윤석열 후보 측의 '이준석 패싱'이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근본적으론 현재의 선거대책위원회의에 제동을 걸고 전면 쇄신을 요구하는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준석, 초유의 공식일정 전면 취소…행방 묘연
이 대표는 이날 오전 9시 한 언론사 주최 포럼 행사에 참석하겠다고 예고했으나 한시간여 전 돌연 취소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대표실은 "금일 이후 당 대표의 모든 공식 일정은 취소됐다"고 밝혔다. 잠정적으로 선대위에서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보이콧인 셈이다.

다만 이 대표 측은 "당 관계자 등 언론에서 보도되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일부 언론에서 당 대표직,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사퇴 등을 추측한 데 대한 반박이다. 당대표실 관계자는 "향후 공식일정을 취소했단 것 외엔 정해진 게 없다"며 "당대표실은 모두 근무 중"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윤석열 대선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음식점에서 오찬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 대표는 전날 밤 이미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오후 7시55분 페이스북에 "^^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50여분이 지난 8시44분엔 "^_^p"라고 짧게 남겼다. 엄지손가락을 밑으로 내린 의미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휴대전화 전원을 꺼둔 상태다. 행방도 묘연하다. 이 대표 측은 "당대표는 자택과 당협사무실에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취재진은 대기 중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이날 오후 서울 노원구의 이 대표 사무실에 방문했지만 이 대표를 만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어젯밤 이준석 대표 자택을 찾았지만 만나지 못했다"며 "정권교체에 큰 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와 전화가 안되고 있어 의중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터질 게 터졌다…방향 잃은 선대위에 '충격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김병준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계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유의 당 대표 '잠적'에 경솔하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이 대표가 그럴 만했단 의견도 적잖다. 현재 선대위가 감동을 주지 못한 채 기존 정치인들의 집합소가 되면서 방향성을 잃었다는 공감대에서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이 대표가 판을 깨기보다 무력시위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정권교체가 안 되면 윤석열 후보와 공동의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현재의 잘못된 상황에 충격을 줘서 바로잡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이라고 진단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패싱의 문제가 아니라 이준석 정치생명이 달린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칩거는 그자체로 윤 후보의 정치력 부재를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병준 국민의힘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이준석 패싱' 논란이 불거진 충청권 방문과 관련해 "실무적인 차원에서 흠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다"고 선대위의 실수를 인정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당은 당원들의 정당이지 대선후보의 정당이 아니다"라며 "선대위도 후보가 주도하란 거지 맘대로 하란 건 아니다. 2주간 시간 끌다 김종인 위원장 영입을 못한 데 이어 이준석 대표의 이번 사태까지 리더십, 정치력의 부재를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2030 지지 이준석 등 돌리면 여러모로 '악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0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첨단문화산업단지에서 청년문화예술인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 대표가 2030 세대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이번 전면전이 윤 후보에게 뼈아프단 분석이다. 이 대표가 지난 6월 민심의 바람을 타고 당선됐음을 고려할 때, 윤 후보는 이 대표가 완전히 등돌리기 전 시급히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차 교수는 "이준석은 보수의 정치 문법을 허물어 주목받았는데 결국 당내 기존의 뿌리깊은 꼰대적 정치문화가 되살아나는 느낌"이라며 "윤 후보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로 선출됐는데 이 대표를 쫓아낸다면 기존 중진들보다 더 구태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중도 표심을 얻기 위해선 국민과 여론이 원하는 방향으로 선대위를 쇄신해야 한다"고 했다. 신 교수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당선가능성'은 이재명 후보가 더 높게 나오는 걸 주목해야 한다"며 "이번주보다 늦어지면 김종인 위원장이 등장해도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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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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