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 시점으로 바라보는 사용후배터리 시장

안태호 2021. 11. 3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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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시장이 뜨겁다.

성장에 필요한 배터리의 안정적인 조달여부 뿐만 아니라 배터리의 수명 특성으로 인해 시차를 두고 대규모 사용후 배터리의 출현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친환경 정책에 따른 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산으로 인해 사용후 배터리 재사용의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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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장정훈 수석연구위원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장정훈 수석연구위원

배터리 시장이 뜨겁다. 지난해 테슬라의 배터리데이 행사 이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이전에 비해 더 공격적인 전동화 계획을 제시하고 나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배터리가 필요한지 확인하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전기차 시장의 확대에 따른 또다른 시장 환경변화를 고민하게 된다. 성장에 필요한 배터리의 안정적인 조달여부 뿐만 아니라 배터리의 수명 특성으로 인해 시차를 두고 대규모 사용후 배터리의 출현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통상 전기차용 배터리의 수명이 10년 정도라고 보면, 지난해 전세계에 판매된 320만대의 배터리는 2030년이면 사용후 배터리가 될 수 있게 된다. 40년이면 30년 판매 추정치인 약 2500만대가 잠재적인 사용후 배터리 시장으로 들어온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이러한 사용후 배터리의 등장은 세 가지 측면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사용후 배터리 재사용 시장의 활성화다. 사용후 배터리는 특정 용도로서의 기능이 다했을 뿐 다른 어플리케이션으로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충·방전의 기능이 유효하다면 잔여 에너지용량 수준이 낮아도 전력계통과 맞물려 ESS나 백업용 배터리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더욱이 친환경 정책에 따른 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산으로 인해 사용후 배터리 재사용의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 시장의 성장이다. 사용후 배터리로 수명이 다한 순간에도 배터리를 구성하고 있는 주요 유가금속은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용후 배터리로부터 금속을 뽑아낼 수 있다면 천연자원에서 채굴을 통해 얻는 경제적 효과보다 더 클 수 있다.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이미 배터리급으로 추출된 금속자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리튬과 양극재의 주요 소재인 니켈, 코발트 등을 천연 광물에만 의존해서는 시간이 갈수록 부존자원의 수급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으니, 핵심 자원을 소위 ‘도시광산’을 통해 안정적으로 얻어 낼 수 있다는 점은 크나큰 장점이다.

세 번째는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과 관련 산업의 성장이다. 배터리 소재는 지구상의 주요 광물들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채굴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배터리 제조과정에 여러 환경문제를 일으킨다. 따라서 이미 배터리급으로 처리된 금속을 재활용하거나 사용후 배터리를 적절한 용도별로 재사용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에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전기차 보급이 활발한 지역을 중심으로 친환경 생태계 구축을 위한 사용후 배터리 정책들이 제시되고 관련 산업이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재활용과 재사용이 2차전지 산업 내 생태계 내에 안착하려면 사용후 배터리의 정의에서부터 측정 방식에 대한 표준화 및 수거 및 관리 등에 관한 합리적인 기준을 담은 정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순환경제의 틀로 넘어오지 못하고 사장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 배터리 생산에서부터 폐기단계까지의 산업 전반에 걸친 데이터 수집 및 공유에 대한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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