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입사 공통 주제는 'ESG' .. 산은 이어 금감원도

권유정 기자 2021. 11. 3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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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글로벌 화두로 부상한 상황에서 ESG 경영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금융회사의 ESG 경영이 필요한 이유를 쓰시오. 또한 금융회사가 ESG 경영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과 이를 지원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역할에 대해 쓰시오.”

최근 실시된 2022년도 금융감독원 종합직원(5급) 채용 2차 필기전형 일반 논술 주제다. 금감원은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금융공기업 중 하나다. 매년 금감원이 출제하는 논술 주제는 금융권 안팎에서 화두가 된다.

금감원의 2차 필기전형은 경영, 경제 등 채용 분야별로 상이한 전공지식 시험(200점)과 공통의 일반 논술 성적(200점)을 종합해 평가된다. 올해 응시생은 위에 제시된 주제나 ‘변해가는 가족형태와 새로운 가족 관계, 문제점’을 묻는 질문 중 하나를 택해 A4 용지에 자신의 의견을 정리해야 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수출입은행 등 주요 금융공기업들의 신입채용 필기 시험이 열린 지난 9월 11일 오전 응시생들이 서울 경복고에 마련된 고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금감원을 비롯한 주요 금융공기업 입사 시험의 공통 키워드는 ‘ESG’다. 매년 금융공기업 논술 주제가 당해 금융권의 주요 이슈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ESG 경영에 대한 업계 고민이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금융권 안팎에서 ESG 경영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는 있지만, ESG 경영에 대한 정의나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다.

올해 초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ESG 준비실태 및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고경영자(CEO) 절반이 넘는 66.3%가 ESG 경영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SG 경영전략 수립 과정 애로 사항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 29.7%는 ‘ESG의 모호한 범위와 개념’을 꼽았다. 기관마다 평가 방식이 다르다는 점(17.8%)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금감원은 필기 전형에 앞서 내부적으로 출제진을 구성한다. 이후 출제위원들은 자유롭게 토론을 거치는데, 논술 주제는 그동안 금감원이 작성한 보도자료, 외부 기사 자료, 사회적 이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되고 있다. 논술 주제가 정해지면 채점 기준이 되는 모범 답안과 핵심 키워드도 제시되지만 외부에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논술 시험은 매년 두 가지 주제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논술 주제마다 점수를 부여하는 기준은 있지만 형평성 문제 때문에 공개는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년 논술 주제 출제 의도나 배경에 대한 여러 추측이 제기되지만, 위원들이 토론하는 과정에서 출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사실 특정한 의도가 깔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올해 입사 시험 논술 주제로 ESG를 제시한 건 금감원뿐이 아니다. 산업은행은 올해 하반기 신입행원 채용 전형에선 ‘ESG 경영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발생하는 투자 회수 문제와 금융기관의 대처 방안’을 논술 주제로 출제했다. 신용보증기금 상반기 신입직원 채용 전형 논술 주제는 ‘ESG 채권 종류와 투자자 및 공급자의 장단점, 그리고 활성화 방안’이었다.

물론 ESG 외에도 다양한 주제가 있었다. 한국예탁결제원은 하반기 신입직원 2차 필기시험 논술 주제로 ‘개인투자자 수와 투자 규모가 증가한 원인과 문제점 그리고 제도적 차원의 개선 방안’, ‘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 IPO(기업공개)를 통한 상장의 차이 및 유의사항’을 출제했다. 한국거래소는 ‘4차 산업혁명과 마이데이터’ ‘한국의 여성 고용률이 낮은 이유’ 등이 논술 주제였고, 산업은행 내년도 신입행원 논술 주제는 ‘팬데믹이 한국 산업에 미친 영향과 정책금융기관이 해야 할 역할’이었다.

한편, 이른바 A매치로 분류되는 금융공기업의 내년 신입직원 채용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올 하반기 들어 금감원(90명), 한국은행(50명), 수출입은행(40명), 예금보험공사(21명), 한국거래소(43명), 산업은행(40명) 등은 700여 명 채용에 나섰다. 일반적으로 이들 채용 전형은 1, 2차 필기시험, 1, 2차 면접을 포함해 약 3개월 정도가 걸린다. 통상 9월에 시작된 채용 절차는 연말이나 연초에 끝나는 셈이다.

금감원의 경우 지난달 23일 1차 필기 전형 합격자를 대상으로 2차 필기 전형을 실시했고, 이달 5일에 합격자를 발표했다. 2차 필기 전형을 통과한 합격자들은 이후 17일 1차 면접까지 본 상태다. 오는 1~3일 최종 면접인 2차 면접 대상자는 2차 필기 전형(50%), 1차 면접(50%) 점수를 합산해 선발됐다. 내년 금감원 신입 직원이 되는 최종 합격자는 다시 1차 면접(30%), 최종 면접(70%) 점수를 합산한 결과를 토대로 10일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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