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 내년도 예산안 줄다리기 계속..지역화폐·소상공인 예산 입장차
[경향신문]
여야정이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12월2일)을 이틀 앞둔 30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예산을 중심으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야당은 여당의 지역화폐 예산 증액 시도를 두고 “이재명 하명 예산 밀어붙이기”라며 반대했고, 정부도 지역화폐 예산과 소상공인 지원 예산 증액을 놓고 여당과 입장차를 보였다. 이날이 마지막이었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논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여야정은 지도부 차원의 최종 협의에 돌입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정부는 이날 604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증·감액을 두고 물밑 논의를 이어갔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 국회법상 예결위의 예산안 심사 시한인 이날까지 소상공인 손실보상과 지역화폐 예산 규모를 중심으로 팽팽히 맞섰다.
여야는 지역화폐 예산 증액을 두고 장외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지역화폐 발행액을 정부안인 6조원에서 최소 15조원을 늘려야 한다며, 이를 위해 발행 지원 예산을 최소 1조5000억원 가량 증액하자는 입장이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지역화폐는 국민과 소상공인 모두가 바라는 정책”이라며 “지역화폐를 통한 지역경제와 골목상권 활성화는 이미 눈으로 확인한 사실”이라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민생은 뒷전이고 대규모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 같은 ‘이재명 하명 예산’ 밀어붙이기에만 전력투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역화폐 예산 증액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강하게 요구한 사안인 만큼 ‘선거용 예산’이라고 평가절하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역화폐 예산 대신 소상공인 지원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 ‘알박기용’ 정체 불명의 사업과 불요불급한 신규 사업 예산 삭감을 통해 지출 구조조정을 이루고, 이를 통해 이뤄진 재원으로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50조원 소상공인 지원을 공언한 만큼, 소상공인 정책 중 하나인 지역화폐 예산 증액에 국민의힘이 소극적으로 임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앞서 2조4000억원으로 잠정 합의한 예산안 감액 총규모를 두고 여야는 이견을 보였다. 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8조~9조원 삭감을 주장해왔다”며 “이 중 정부와 여당이 동의한 삭감 액수는 2조4000억원 정도밖에 안돼서 예산안 심사 진도를 하나도 못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추가 삭감은 아무리 많이 해야 합쳐서 5조원 이상 하기(어렵다)”고 말했다.
당정도 별도로 예산안 협의에 나섰지만 접점에 이르지 못했다. 윤호중 원내대표와 홍남기 부총기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만나 예산안을 협의했지만 소상공인 지원 확대 대상과 규모, 지역화폐 예산 증액 규모 등을 두고 입장을 좁히지 못했다. 조오섭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협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지역화폐 예산과 관련해 “당은 효과가 입증됐으니 최대한 두텁게 (지원)하자는 얘기를 했고, 재정당국은 규모에 조금 (난색을 보였다)”고 말했다. 다만 조 원내대변인은 “오미크론 발생으로 광역의료지원에 (예산이) 더 필요하다는 데에 (당정이) 공감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도 소상공인 지원과 지역화폐 발행을 늘리는 방향에 찬성하는 만큼 당정은 액수와 대상을 타협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정부는 정부대로 여당은 여당대로 따로 놀고 있는 이 상황을 빠르게 먼저 해결하는 게 민주당의 기본 책임”이라며 예산안 논의 지연 책임을 민주당에 돌렸다.
여야정은 내년도 예산안을 법정 처리 시한인 다음달 2일까지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는 데 공감대를 이룬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여야정은 지도부 차원에서 막바지 최종 협상을 이어간다. 예결위 단계에서의 합의가 무산된 터라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지만, 여야가 합의하면 수정된 예산안을 올릴 수 있다. 기재부가 예산안 수치를 실무 조정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늦어도 다음달 2일 오전까지가 예산안 합의 마지노선이다.
박광연·문광호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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