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5분위 배율 사상 최대..지역간 자산 양극화 심화

송진식·김희진 기자 2021. 11. 30.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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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대도시와 지역간 자산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다주택자 보유세 강화,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양도세 완화 조치 등과 맞물려 수도권과 광역시 등의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강남,송파 방향 아파트 단지. 김기남 기자


30일 KB국민은행의 ‘11월 주택시장동향 시계열 통계’ 자료를 보면 전국 아파트의 ‘5분위 배율’은 매매가 9.3, 전세가 7.4를 각각 기록했다. 이는 KB국민은행이 2008년 12월 해당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5분위 배율은 주택을 가격별로 5등분 한 뒤 상위 20%(5분위)의 평균 가격을 하위 20%(1분위)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11월의 경우 전국에서 상위 20%에 드는 아파트의 매매가격이 하위 20% 가격의 9.3배라는 의미다. 아파트 매매가 5분위 배율은 가격 급등이 본격화된 지난해 9월 8.2를 기록해 8.0을 넘어선 뒤 올해 1~10월 간은 8.6~8.8 수준을 유지해왔다. 11월 들어 처음 9.0대에 진입해 사상 최고 수치를 나타냈다. 전세가격 역시 이전 최고수치인 올 6월의 7.0을 새로 썼다.

5분위 배율은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더 커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11월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 5분위 배율은 4.1로 올 3월(4.2) 대비 낮다. 수도권도 5.7을 기록해 올 1월(6.7)보다 떨어졌다. 반면 5대 광역시는 5.7을 기록해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고, 부산(6.1)과 광주(5.8)는 광역시 중에서도 5분위 배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었다. 서울과 광역시 등 대도시를 제외한 ‘기타 지방’의 5분위 배율 역시 6.5를 기록해 역대 최고 수치였다. 비수도권 지역의 자산 양극화가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해부터 아파트 가격이 줄곧 상승 중인 상황에서 5분위 배율이 커진다는 것은 상위 20%에 해당하는 아파트 가격의 상승폭이 하위 20%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부동산 시장에서 통용되는 이른바 ‘오를 곳만 오른다’ ‘똘똘한 한 채’ 등의 수식어가 현실로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위원은 “주택시장이 최근 보유세 문제나 대출 규제 등으로 다주택이 되기는 어려운 환경이 됐다”며 “정부의 1주택자 세금혜택 등을 고려할 때 지금은 그냥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쪽으로 성향이 굳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정부의 대출규제, 금리인상 등이 5분위 배율 상승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미 대출규제의 영향권 밖에 있던 고가주택들은 고소득자 등의 수요가 있다”며 “반면 상대적으로 대출규제 영향을 받는 저가주택은 수요가 줄고 가격도 정체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때문에 5분위 배율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득 대비 집값이 높다보니 집을 갖지 못하는 계층과 소유 계층간 자산 격차는 계속 벌어지기 마련이고 이는 소득·지역·자산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하면 단기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당장 종부세나 양도세 등 단기 문제 해결에 급급하다보니 자산 양극화 해소 등을 목적으로 한 장기적인 세제대책 등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진식·김희진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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