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 공화제로 전환..394년 만에 영국 왕실과 결별
[경향신문]
중남미 카리브해의 섬나라 바베이도스가 394년 만에 영국으로부터 진정한 독립을 이뤘다. 바베이도스는 30일(현지시간) 식민지와 영국 여왕을 국가 원수로 한 입헌군주제를 청산하고 공화국으로 탈바꿈한다.
바베이도스 일간 네이션뉴스는 29일 수도 브리지타운 독립광장에서 바베이도스 공화국 전환 겸 영국 독립 55주년 기념 전야제 준비가 한창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행사에는 찰스 영국 왕세자와 바베이도스가 고향인 팝가수 리한나 등이 참석했다.
전야제를 마친 뒤 이날 자정에 맞춰 바베이도스의 국가 원수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에서 샌드라 메이슨(72)으로 바뀐다. 바베이도스 의회는 지난 10월 메이슨 총독을 차기 대통령으로 추대했다.
이번 공화국 전환으로 바베이도스는 영국과의 식민지 관계를 정리하게 됐다. 바베이도스는 1627년 이후 339년간 영국의 지배를 받다가 1966년 11월30일 독립했다. 식민 지배 당시 바베이도스에는 슬픈 역사가 남겨지기도 했다. 영국인들은 식민 지배 당시 아프리카 대륙에서 흑인 노예를 데려와 사탕수수 농장 등에서 강제 노역을 시켰다. 이 때문에 그간 바베이도스에서는 영국 식민 그늘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여론이 존재해왔다.
바베이도스에서 공화국 전환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시점은 2018년 집권여당 노동당이 하원 30석 전석을 차지하면서다. 지난해 9월 메이슨 총독은 의회 개원 연설 당시 “식민지 과거를 완전히 과거사로 만들 때가 됐다”며 공화국 전환 계획을 처음 발표했고, 의회는 지난 10월 대통령을 국가 원수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헌법 개정안을 승인했다.
바베이도스는 공화국으로 바뀐 이후에도 영국령에 속했던 나라들과 경제, 군사, 문화적 교류를 하는 연합체 ‘영연방’에는 남기로 했다. 현재 영연방에는 54개국이 속해 있으며 바베이도스를 제외하면 14개국이 엘리자베스 여왕을 국가 원수로 두고 있다. 중남미 국가 중 가이아나가 1970년, 트리니다드토바고와 도미니카가 각각 1976년과 1978년에 공화국이 됐다. 이어 1987년 피지, 1992년 모리셔스가 공화정 전환을 택했다. 왕실 전문매체인 매저스티 매거진의 조 리틀 편집장은 “여왕 집권기 동안만이 아니라 이후에도 공화국 전환 흐름이 필연적으로 이어지고 더 빨라질 수 있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바베이도스가 공화국으로 전환해도 정치, 사회 분야에서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메이슨 대통령이 국가 원수가 돼도 실질적으로 미아 모틀리 총리가 그대로 국정을 이끌어나가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현재 바베이도스가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관광업 타격과 이에 따른 경제 불황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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